코로나19 변이 바이러스 오미크론이 급속도로 확산하면서 내년 초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세계 최대 전자·정보기술(IT) 전시회 ‘CES 2022’에 참석하려던 주요 기업들이 고심에 빠졌다. LG그룹이 일찌감치 온라인 중심의 전시를 선언한 가운데 박정원 두산 회장은 출장을 취소했고 최태원 SK그룹 회장도 애초 참가를 예고한 것에서 한 발 물러서 추이를 관망하고 있다. 다만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과 정기선 현대중공업지주 사장, 기조연설자인 한종희 삼성전자 부회장은 예정대로 현지 일정을 소화한다.
24일 재계에 따르면 2년 만에 성대한 오프라인 행사를 계획했던 ‘CES 2022’는 오미크론 출현으로 규모가 대폭 축소될 것으로 전망된다. LG가 온라인 위주로 전시에 참여하며 현지 부스를 최소한으로 꾸미고 구글·아마존·메타플랫폼·AT&T·제너럴모터스(GM)·틱톡 등 글로벌 기업들도 참석 계획을 백지화했다.
애초 대규모 출장단을 꾸리려던 국내 기업들도 재검토에 착수했다. 먼저 최 회장과 최근 SK온 대표로 경영에 복귀한 최재원 수석부회장은 애초 참석할 계획이었지만 이번 주 오미크론 확산세가 심각해지면서 재검토에 들어갔다. 다음 주 중 결론이 날 예정인데 박정호 SK스퀘어 대표이사 부회장은 예정대로 참석한다. SK그룹은 이번 행사에 수소에너지와 전기차 배터리 등을 중심으로 그룹 통합 전시관을 꾸리고 친환경 경영 의지를 강조할 계획이다.
박 회장과 박지원 부회장은 출장 일정을 취소했다. 두산그룹은 주요 계열사의 디지털전환(DX) 등 신기술을 선보일 계획이었지만 상황이 급변하면서 일반 직원들의 참가도 최소화하기로 방침을 바꿨다. LG그룹은 온·오프라인 전시를 결합한 하이브리드 전시를 표방하며 구광모 회장을 비롯한 주요 경영진과 직원들도 처음부터 출장 계획을 세우지 않았다.
현대차그룹과 현대중공업그룹은 예정대로 현지 전시와 일정을 소화한다. 정 회장은 지난해 ‘CES 2020’에서 도심항공모빌리티(UAM) 상용화 계획을 밝힌 데 이어 이번에도 직접 콘퍼런스 연사로 나선다. 정 사장은 조석 현대일렉트릭 사장, 조영철 현대두산인프라코어 사장 등 그룹 주요 경영진과 함께 현장을 찾는다. 이번에 처음 전시관을 꾸리는 현대중공업그룹은 자율 운항 기술을 중심으로 한 해양 모빌리티의 미래를 선보일 계획이다. 삼성은 한 부회장이 이번 ‘CES 2022’ 기조연설자로 나서는 만큼 주요 임원들은 예정대로 참석한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경우 2014년 이후 CES에서는 모습을 드러내지 않은 만큼 이번 행사도 불참이 예상된다. 이 부회장이 가석방 이후 이미 미국 출장을 다녀온 만큼 연말연시 재판 휴식기를 이용해 중국이나 유럽을 갈 가능성이 높게 점쳐진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행사에 참여하는 임직원들의 안전도 문제지만, 주요 기업들의 불참과 유럽 방역 강화 등으로 전시를 보러 오는 바이어(구매자) 규모가 줄어 참가 의미가 많이 약해졌다”며 “해외 입국자에 대한 자가격리 의무화가 이어질 가능성이 높은 점도 큰 장애물”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