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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리 없는 월클’ 황중곤 “군복무로 인내 배워, ‘저 선수 또 상위권이네’ 이 소리 들어야죠”

한일 투어서 6승, 디 오픈에 세계 랭킹 톱 100 경험도

‘한국의 어니 엘스’ 부드러운 스윙에 사바티니도 ‘엄지’

군 전역 후 새 시즌 복귀, 후반기엔 美 퀄리파잉 도전도

트레이드 마크인 안경을 벗고 새로운 도전에 나서는 황중곤.트레이드 마크인 안경을 벗고 새로운 도전에 나서는 황중곤.




2019년 연말 남자 골프 세계 랭킹 톱 100에 한국 선수는 임성재, 김시우 등 5명이 있었다. 황중곤(29)은 한국 선수 중 네 번째로 높은 94위였다.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멤버가 아닌데도 월드 클래스로 볼 수 있는 톱 100에서 존재감을 뽐냈다.



‘소리 없는 월클(월드 클래스)’ 황중곤이 돌아왔다. 지난해 2월 입대해 지난달 말 전역한 그는 새 코치와 호흡을 맞추며 달라진 외모로 봄을 준비하고 있다. 최근 서울 용산구의 실내 아카데미에서 만난 황중곤은 “국방 의무를 다하는 동안 인내를 배웠다. 더 성숙해진 골프를 선보일 것”이라고 다짐했다.

황중곤은 주니어 시절 국가대표나 국가대표 상비군 경험도 없는 철저한 무명이었다. 하지만 프로 들어 한국 남자 골프의 간판급으로 급성장했다. 2011년 일본프로골프투어(JGTO) 미즈노 오픈 우승을 시작으로 일본에서 4승, 한국프로골프(KPGA) 투어에서 2승을 거뒀다. 2017년에는 국내 투어 최고 전통의 KPGA 챔피언십도 제패했다. 메이저 대회 디 오픈(브리티시 오픈)과 US 오픈은 물론 특급 대회인 월드골프챔피언십(WGC) 시리즈 출전 경험도 있다.

두 자릿수 세계 랭킹을 기록하는 최전성기에 군에 가야 했지만 세무서에서 사회복무요원으로 일한 덕분에 틈틈이 훈련도 이어갈 수 있었다. 황중곤은 “선수 생활을 돌아보며 ‘너무 절박함으로만 쳤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군복무 기간 기다리는 방법도 배우고 얻은 게 많은 시간이었다”며 “연습장도 다녔고 한 달에 한두 번은 라운드도 나가면서 감을 잃지 않으려 노력했다”고 했다. 이어 “입대 전처럼 친다면 세계 랭킹은 자연스럽게 따라올 거라는 생각인데 내년 말에 200위 안에는 들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했다.



황중곤은 ‘한국의 어니 엘스’로 불린다. 남아프리카공화국 출신의 대선수 어니 엘스는 부드러운 스윙의 대가. 황중곤도 물 흐르듯 부드러운 스윙으로 아마추어는 물론 동료 선수들의 감탄을 자아낸다. 2019년 CJ컵 때 같은 조로 친 로리 사바티니(슬로바키아)한테도 “스윙 좋다”는 칭찬을 받았다. 사바티니는 올해 도쿄 올림픽 은메달리스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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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중곤은 “어릴 때 주변에서는 다 타이거 우즈를 좋아했는데 제 롤 모델은 엘스였다”며 “부모님도 엘스처럼 부드러운 스윙을 좋아해서 사진이나 영상을 많이 보여주셨고 그걸 보면서 리듬을 중점적으로 배우려 노력했다”고 돌아봤다.

서울경제GOLF | 최근 군 복무를 마친 황중곤(29)이 내년 시즌 복귀한다. 2009년 KPGA 프로 선발전에서 수석으로 합격했던 황중곤은 2011년 일본에 도전, 루키 시즌에 미즈노 오픈에서 프로 데뷔 첫 승을 거뒀다. 이후 2012년과 2015년 카시오월드오픈, 2019년 마이나비ABC챔피언십에서 우승하는 등 4개의 트로피를 수집했다. 국내 무대에서는 2017년 KPGA 선수권 등 2승이 있다. 황중곤은 내년 시즌 PGA 콘페리 투어 퀄리파잉에도 도전할 예정이다.


황중곤은 이와 관련해 아마추어 골퍼들을 위한 팁도 남겼다. 백 스윙에서 다운 스윙으로의 전환 동작(트랜지션)에 대한 것으로 “하체를 써야 한다는 생각에만 사로잡혀 팔이 벌어져서 내려오는 실수가 많다. 오른 팔꿈치를 몸 안으로 들여보낸다는 생각으로 해야 끊김 없는 스윙을 만들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드라이버 샷을 멀리 똑바로 보내기 위한 조언으로는 “백 스윙 할 때 체중 이동은 과하면 타이밍을 잃기 쉽기 때문에 오른쪽 다리 안쪽까지만 체중을 보낸다는 느낌이 중요하다”고 했다. 이어 “헤드 페이스의 정중앙으로부터 약간 상단에 맞혀야 더 멀리 가기 때문에 정중앙이 아닌 바로 위에 맞히는 연습이 좋다”고 덧붙였다.

내년 시즌 한국과 일본 투어를 병행할 황중곤은 후반기에는 일생일대의 도전에 나선다. PGA 2부(콘 페리) 투어 퀄리파잉 응시다. 통과하면 PGA 2부 투어에서 뛸 수 있고 여기서 잘하면 꿈의 PGA 투어에 진출한다. 황중곤은 “스무 살 때 운 좋게 디 오픈을 나가보고 다른 PGA 투어 대회도 몇 번 경험하면서 어릴 때부터 있던 욕심이 쑥 커졌다”며 “그동안은 군 문제도 있고 해서 도전할 타이밍을 못 잡다가 당장 도전하지 않으면 후회할 것 같다는 생각에 이번에 마음을 정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지난 5~6년 간 스윙 코치 없이 혼자 연습하고 투어를 뛰었던 황중곤은 고진영을 가르치는 이시우 코치와 최근 손을 잡았다. 트레이드 마크 같던 뿔테 안경도 벗고 새 출발에 나선다. 황중곤은 “시험 삼아 콘택트렌즈를 껴봤는데 정말 편하더라. 이미지 변신까지는 아니고 성적을 내려는 시도로 봐주면 좋겠다”며 웃었다.

“콘 페리 투어를 거쳐 PGA 투어에 진출한 이경훈, 임성재 선수한테 조언을 구하고 있다. 잔디 적응이 관건이라는 얘기가 많아서 겨울 훈련 때는 물론 시즌 중반에도 시간을 내서 미국 가서 연습할 계획”이라는 황중곤은 “골프 팬들이 TV를 켰을 때 ‘어? 저 선수 또 상위권에 있네’라고 반응하는 그런 선수이고 싶다”고 했다.



글·사진=양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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