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은 어른들과 달리 본인의 증상을 정확히 설명하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거든요. 비대면 상태에서 환자가 미처 알아채지 못한 증상을 끌어내고, 적절한 조치를 해주려면 오랜 노하우가 축적된 전문병원이 나서야죠. "
정성관 우리아이들병원 이사장(사진)은 24일 우리아이들병원의 재택치료 시스템을 소개하는 기자회견장에서 이 같은 자부심을 나타냈다.
소아청소년 전문 병원인 우리아이들병원은 코로나19 환자의 재택치료에 동원된지 두 달이 넘었다. 지난 10월 12일 구로 우리아이들병원에 이어 성북 우리아이들병원도 이달 1일부터 지역구 보건소로부터 재택치료 병원으로 지정을 받아 코로나19 환자 진료에 전격 투입됐다. 성북과 구로, 두 개 병원의 재택치료를 거쳐간 코로나19 성인 환자는 1,181명, 소아청소년 환자는 1,463명에 이른다.
연일 5,000-6,000명 내외의 확진자가 쏟아지는 가운데 전례 없는 비대면 진료를 이어오는 일이 쉽지만은 않았을 터. 정 이사장은 "정부와 지자체, 보건당국은 물론 의료계와 국민 모두 전대미문의 코로나19 사태에 대처하느라 혼란이 컸다"며 "업무과중으로 시스템을 정비할 겨를이 부족한 데다 구조적으로 미비한 부분을 메우려면 추가 인력을 지속적으로 투입하는 수밖에 없었다"고 털어놨다.
재택치료 시행 초기와 달라진 점이 있다면 방역 당국의 지침과 별개로 자체 매뉴얼을 마련해 소아청소년 코로나19 환자에 대한 맞춤형 치료를 시행하고 있다는 점이다.
정 이사장은 “격리 조치되어 재택치료를 받고 있는 가정에 전화상담을 진행하다보면 환아 뿐 보호자들의 불안감을 같이 해소해 줘야 하는 상황이 반복된다”며 “코로나19 증상 자체 외에 육아에 대한 전반적인 지식을 바탕으로 진료, 상담이 이뤄져야 때문에 충분한 인적·물적 시스템이 갖춰져야 한다는 사실을 절감했다"고 말했다.
'기왕 하는 거 제대로 해보자'는 마음을 먹은 정 이사장은 이때부터 소아청소년 재택치료 매뉴얼을 마련하는 데 집중했다. 구로와 성북 우리아이들병원 4층에 코로나19 재택치료 전담상황실을 마련하고 24시간 비상체제로 가동하기 시작한 것이다. 전담상황실에는 소아청소년과 전문의 8명과 간호사 12명, 행정지원인력 4명으로 구성된 재택치료 전담 진료팀이 투입된다.
코로나19 재택치료 환자에게 병원 방문 진료 매뉴얼을 그대로 적용해 세밀한 부분까지 문진을 진행할 수 있는 비결이다. 최근에는 메디컬 IT 기업인 ㈜닥터스바이오텍과 함께 개발한 웹기반 관리 시스템을 도입했다. 일일이 수기로 작성하지 않아도 데이터가 자동으로 연동되게 함으로써 근무자들의 업무 효율성을 높이고, 보다 많은 시간을 환자 상담과 진료에 집중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해서다. 재택치료가 끝난 후에도 육아와 건강한 성장에 관한 각종 정보들을 지속적으로 제공하고 의료진과 쌍방향 소통할 수 있는 어플리케이션 개발 작업도 진행 중이다. 내년 1월 개발이 완료되면 결막충혈, 위장관 증상, 피부 증상 등 소아청소년 연령대에 호발하는 증상들에 대해 공유하면서 적절한 해법을 찾아나갈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정 이사장은 "소아청소년 재택치료의 스탠다드를 만들어간다는 생각으로 자체 시스템을 갖추는 데 힘을 쏟았다"며 "소아청소년 진료 분야의 전문성을 앞세워 비대면 진료의 한계를 뛰어넘고 질 좋은 의료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노력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