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영향으로 감소했던 취업자 수가 최근 위기 이전 수준을 회복했지만 고용재조정이 발생하면서 택배·배달 등 단순노무 일자리가 큰 폭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제조업 일자리가 줄어들면서 일자리 양극화와 함께 임금 양극화 현상도 함께 발생했다는 분석이다.
27일 한국은행은 ‘코로나19 이후 고용재조정 및 거시경제적 영향’ 보고서를 통해 서비스업 내 일자리 특성에 따라 고용재조정이 이뤄지고 있다고 밝혔다. 감염병 확산 우려가 크고 재택근무가 어려운 판매 및 서비스 일자리는 크게 줄었는데 비대면 소비가 늘어나면서 택배원이나 배달원 등 단순노무 일자리가 이례적으로 늘었다는 설명이다.
코로나19는 과거 위기와 달리 감염병 확산을 방지하기 위한 사회적 거리두기가 시행되면서 고용 충격이나 회복경로가 대면접촉도, 재택가능 여부, 자동화 대체 등 일자리 특성에 따라 차별화되는 양상이다. 특히 단순노무 일자리는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 4분기 대비 10.6%나 급증했다. 반면 재택근무가 상대적으로 쉬운 관리자, 전문가, 사무직 등은 취업자 수 변동 폭이 크지 않았다.
최근 청년층 고용률이 큰 폭 상승한 배경에도 배달 등 단순노무직 증가가 자리잡고 있다. 청년층 고용은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초기에 가장 큰 충격을 받았으나 올해 들어 빠르게 회복해 지난 2분기부터 코로나19 이전 수준을 상회하고 있다. 청년층 취업자 수는 배달 등이 포함되는 운수 창고나 정보 통신을 중심으로 증가했다.
이러한 현상은 일자리 양극화로 이어지고 있다. 인력 대체가 수월한 중숙련(반복) 일자리는 줄어드는 반면 고도의 판단력이 필요한 고숙련(인지) 일자리나 몸으로 하는 저숙련(육체) 일자리는 늘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육체노동 비중이 높은 서비스·농림어업·단순노무 등은 저숙련 일자리이고, 반복적인 업무가 많은 사무·판매·기능·조립원 등은 중숙련으로 분류된다. 경기침체기에 저숙련 일자리가 크게 증가하는 것은 이례적이지만 이는 대부분 택배·배달 일자리 증가에 기인한다. 중숙련 일자리는 상대적으로 자동화 대체가 쉽고 비용 절감 편익이 크기 때문에 조정이 크게 나타났다는 설명이다.
향후에도 중숙련 일자리는 줄어들 가능성이 크다. 이와 함께 임금 양극화 현상도 함께 나타날 것이라는 분석이다. 오삼일 한은 조사국 차장은 “펜데믹으로 인한 근로조건 변화가, 자동화 확산 등이 앞으로도 기업의 노동수요나 가계 노동공급 행태에 변화를 줄 것”이라며 “고용재조정 과정에서 발생하는 노동시장 미스매치를 줄일 수 있도록 직업훈련을 강화하고 사회안전망도 확충해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