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스트라제네카(AZ)·화이자 등 이제껏 나온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으로는 오미크론 변이를 막기 어렵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일부 국가에서 오미크론 변이가 코로나19 우세종이 된 가운데 ‘백신 무용론’에 힘이 실린다.
미 컬럼비아 의대 데이비드 호 의학 교수팀은 지난 23일(현지시간) 기존 백신의 오미크론에 대한 항체 중화능력이 크게 떨어진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화이자·모더나·AZ·존슨앤드존슨(J&J) 등 4종의 백신을 사용해 접종 후 생기는 항체가 오미크론을 어느 정도 중화하는지 테스트했다. 실험 결과 백신 2차 접종까지 완료한 경우 오미크론 바이러스를 중화하는 항체 효능은 매우 낮았다.
특히 오미크론에 큰 효과를 보이는 것으로 알려진 화이자·모더나 등 메신저 리보핵산(mRNA) 기반 백신도 추가접종(부스터샷)을 한다 해도 충분한 보호 효과를 제공하지 못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그간 오미크론 바이러스는 스파이크 단백질에 광범위한 돌연변이로 인해 기존 백신이나 항체 치료제의 공격을 회피할 가능성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연구팀은 “코로나19가 어떻게 진화할지를 예측해 이에 맞는 백신과 치료제를 개발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연구팀은 코로나19 회복 환자에게서 분리한 항체 실험 결과, 백신 항체보다 오미크론 중화 능력이 더 떨어진다고 밝혔다. 이는 감염됐다 회복한 사람도 여전히 오미크론 변이에 감염될 위험이 높다는 것을 말한다. 이와 관련 연구팀은 “3차 접종을 하면 얼마간은 면역력이 강해지긴 하겠지만 오미크론을 방어하기엔 충분하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연구팀은 오미크론이 지금까지 본 코로나19 변이 중 가장 완벽하게 중화 항체를 회피하는 바이러스로 보인다고 결론 내렸다. 항체는 바이러스 표면의 스파이크 단백질에 결합해 감염을 막는데, 오미크론 바이러스는 스파이크 단백질에 광범위한 돌연변이가 일어나 있어 항체의 공격을 더 잘 피하기 때문이다.
이같은 연구 결과로 미국에서는 ‘백신 무용론’이 더욱 확산하고 백신 접종 거부자들에게 영향을 주고 있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미 비영리연구소 카이저가족재단이 최근 미접종자를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서 백신을 맞을 계획이 없다는 응답이 88%에 달했다. NYT는 응답자들의 경우 기존 백신이 오미크론 감염을 막지 못하고 증상이 상대적으로 경미하다는 연구 결과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분석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