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대선판을 비유하는 말이 유독 많이 쏟아지고 있다. 그중 ‘막장 드라마’라는 표현도 있다. 이는 현실에서는 도저히 있을 수 없는 내연과 가족 관계를 의도적으로 표현하고 인간의 악랄함과 희생, 그리고 복수가 일색인, 주제는 없고 내용만 ‘막장’인 TV 연속극을 말한다. 시청자가 드라마 수준이 형편없다면서도 방송국마다 똑같으니 안 볼 수 없는 상황을 대선에 비유한 것 같다.
그런데 이번 대선은 특히 정도가 심한 것 같다. 특히 유력하다는 여야 대선 주자의 모습은 유권자에게 투표 참여 포기까지 고민하게 한다. 국민은 코로나19로 반복되는 통제와 격리 사이에서 경제 침체 위기를 극복하느라 정신없는데 정치는 찬물이나 끼얹고 뒷걸음치고 있으니 국민으로부터 조롱과 외면을 당하는 것이 당연한 결과일 것이다.
선거운동은 지역이나 일정 집단의 구미에 맞는 정책을 누가 더 많이 내는가 하는 공약 경쟁이기도 하다. 사회복지는 강요나 의무보다는 수혜이며 권리로 선거공약으로는 제격이다. 유권자에게 사탕발림으로 선심성 사회복지 정책은 남발하면서 꼭 필요한 사회복지 축소나 개선은 뒷전으로 밀리는 소위 사회복지의 정치 종속화 현상이 이때 나타난다.
그런데 모든 사회복지에서 오히려 부담은 늘리고 혜택은 줄여야 재정이 안정되고 그래야 지속 가능한 것들이 있다. 국민연금이 가장 대표적인 사례다. 국민연금 개혁을 하게 되면 당장은 불편하고 누군가는 부담을 져야 한다. 그리고 그 효과는 먼 미래에 확인할 수 있으니 정책으로는 인기 없는 제도이다. 이번 문재인 정권에서도 개혁의 필요성을 확인하면서도 언급조차 없이 지나온 것을 봐도 외면 대상인 것이 틀림없다.
국민연금 개혁과 같이 표 떨어질 정책을 선거공약으로 내놓을 것을 기대하는 것은 애당초 무리인지도 모른다. 그렇지 않아도 하루하루 지지도 등락에 민감한 후보자에게 개혁을 제안하면 아마 상대방에서 보낸 첩자로 간주할지도 모를 일이다.
그런데 국민연금 문제를 파헤치고 과감하게 개혁을 시도한다고 공약하면 정말 지지도는 떨어질까. 막장 드라마에 안주하던 방송사가 지탄받으면서도 시청률이 떨어질까 봐 전전긍긍할 때와 반대로 이를 과감히 버리고 다양한 주제로 연속극을 개발해 결과적으로 시청자로부터 높은 평가를 받은 사실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이처럼 대선 후보자도 당장의 인기를 과감하게 버리는 것이 오히려 유권자의 진정한 지지를 얻는 게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직시해야 한다.
국민연금 개혁은 모든 국민의 노후보장뿐만 아니라 사망이나 장애로 인해 빈곤으로 추락하는 것을 해결할 사회안전망을 제대로 만들자는 것이다. 후보자는 국민연금의 문제를 직시하고 있으며 이를 위해 진정성 있는 해결책을 임기 중에 꼭 마련하고 실행하겠다는 믿음 있는 태도를 보여야 한다. 국민이 원하는 후보자는 막장 드라마의 주인공이 아니라 용기와 신념에서 국민의 수호자로 나서는 모습이기 때문이다. 인기 없는 정책이라고 슬그머니 뒷전에 감추는 태도에서 오히려 국민은 실망하고 후보자를 외면할 것이다.
선거 캠프가 볼 수 있는 시야가 하루라고 한다. 정권이 볼 수 있는 시야는 다음 선거까지라고 한다. 그런데 국민연금은 시야가 다음 세대이다. 멀리 볼 줄 아는 사람이 있어야 사회가 제대로 발전한다. 누가 멀리 보는 대통령 후보자인지 국민이 확인해야 할 시점에 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