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자동차 기업들이 강성 노조와 뒤처진 규제에 허덕이는 사이 글로벌 완성차와 테크 기업들은 미래차 시장 선점에 사활을 걸고 있다.
연간 9,000만 대에서 1억 대에 달하는 거대한 자동차 시장의 리더십을 굳히면 반도체·소프트웨어·배터리뿐 아니라 자동차라는 플랫폼을 기반 삼아 콘텐츠 등 각종 엔터테인먼트 산업까지 장악할 수 있기 때문이다.
27일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글로벌 종합 반도체 기업 인텔은 내년 자율주행 자회사 모빌아이의 기업공개(IPO)를 추진한다. 이스라엘에서 시작된 모빌아이는 첨단운전자보조시스템(ADAS) 분야 세계 1위로 평가받는다. 카메라를 활용한 속도 제한, 충돌 위험 등을 알려주는 자율주행차량 핵심 기술을 보유했다. BMW·아우디·폭스바겐·닛산·혼다·제너럴모터스(GM) 등 여러 글로벌 완성차 기업을 고객사로 뒀다. IPO로 거대한 자금을 조달하면 시장 장악력은 더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 밖에 애플·샤오미·바이두 등 글로벌 테크 기업들도 전기차 내지 자율주행 기술 플랫폼 확보에 사활을 걸고 있다.
전기차 시장 각축전은 현재진행형이다. 세계 1위 자동차 업체이자 동남아 시장에서 현대차·기아와 경쟁을 벌이는 일본 도요타는 하이브리드차량에 힘을 싣던 기존 정책을 전면 수정하고 전기차에 올인한다. 오는 2030년까지 30종의 배터리 전기차를 출시하고 연간 350만 대를 판매하겠다는 게 도요타의 목표다. 도요타는 이를 위해 8조 엔(약 83조 원)을 투입할 계획이다. 도요타의 고급 브랜드 렉서스는 2035년부터 전 세계에 배터리 전기차만 판매한다. 도요타는 배터리 전기차 5종을 포함한 총 16개의 전동화 모델도 공개했다. 특히 8조 엔의 투자 중 절반인 4조 엔은 배터리 전기차 분야에 투자하며 전고체 배터리를 포함한 배터리 개발에도 2조 엔을 투입한다.
미국 자동차 업체들은 조 바이든 행정부의 탄소 중립 드라이브에 맞춰 친환경차 전환을 가속화하고 있다. GM은 2025년까지 전기차와 자율주행 기술에 350억 달러를 투자하고 2035년 가솔린차 판매를 전면 중단한다고 밝혔다. 2025년에는 전기차 100만 대를 판매한다는 목표다. 포드는 2023년까지 전기차 생산 능력을 연간 60만 대 수준으로 끌어올릴 계획이다. 이를 통해 미국 2위 전기차 업체로 도약하겠다는 것이다. 두 회사는 반도체 기업들과 손잡고 전기차용 반도체칩 개발에도 나섰다. 세계 4위 완성차 업체 스텔란티스는 2025년까지 전동화와 소프트웨어 전환에 약 300억 유로 이상을 투자하기로 했다. 2030년까지 미국 판매 차량의 40%를 저공해 차량으로 채우겠다는 목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