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래 절벽’이라는 말을 실감하고 있습니다. 전고가 대비 수천만 원에서 많게는 1억 원 이상 빠진 급매물 몇 개 빼고는 거래가 안 되고 있습니다. 예전에는 투자에, 실수요에 하루에 10통 넘게 전화가 왔는데 요즘에는 아예 문의가 없어요.”(경기 광명시의 한 공인중개사)
집값 급등 따른 피로감과 대출 규제, 금리 인상까지 겹치며 부동산 경기가 냉각되는 분위기다. 상승세를 견인하던 서울 및 수도권 아파트 가격 상승 폭이 점차 줄어드는 가운데 이달 들어 수도권에서 처음으로 가격이 하락한 지역이 나왔다.
27일 KB부동산이 발표한 12월 주택 가격 동향 통계에 따르면 이달 경기 광명의 아파트 매매가격 변동률이 -0.01%를 기록했다. 지난 2019년 6월 이후 2년 6개월간 이어지던 상승세가 멈추고 하락 전환한 것이다. 서울·경기·인천 등 수도권의 아파트 매매 가격 상승세가 점차 둔화하고 있는 만큼 가격 하락 지역은 더 나올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실제로 올해 매월 1~2%대 상승률을 유지하던 수도권은 12월 0%대(0.63%) 상승을 기록했다. 8월 최고점을 찍은 후 상승 폭이 점차 줄어들더니 12월 들어서는 11월(1.53%)의 절반이 채 안 되는 0.63%의 상승률을 기록했다. 서울도 1.06%에서 0.46%로 하락하며 ‘상승률 0%대’에 진입했다. 특히 2030세대의 ‘영끌’ 수요가 몰렸던 서울 외곽 지역의 상승 폭이 빠르게 줄어들고 있다. 동대문구(0.04%)와 관악구(0.06%), 성북구(0.08%) 등이 대표적이다. 성북구 길음동의 한 중개업소 관계자는 “가격을 낮춘 급매물만 소진되는 분위기”라며 “매도자와 매수자 모두 아주 급한 경우가 아닌 이상 관망세에 접어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지방에서도 가격 하락 지역이 속출하고 있다. 대구는 12월 -0.03%의 변동률로 마이너스권에 들어섰다. 2019년 4월 이후 2년 7개월 만이다. 전남 광양도 올 11월부터 2개월 연속 하락세를 나타냈고 세종은 5개월 연속 하락·보합장을 탈피하지 못하고 있다. 세종의 경우 올 8월 -0.12%를 기록하며 상승세가 멈춘 후 꾸준히 집값이 하락하고 있는데 이달 들어서는 -0.18%로 올해 최대 낙폭을 보였다.
매매와 함께 전세 상승 폭도 줄어들고 있다. 전국 아파트 전세 가격 상승률은 11월 1.03%에서 12월 0.54%로 반토막 났다. 서울도 0.92%에서 0.45%로 상승률이 급락한 가운데 성북구는 2년 5개월간 이어진 전세가 상승세를 마무리하고 보합으로 전환됐다. 경기권에서도 이번달부터 전세가 마이너스권으로 돌아선 지역이 여럿 포착됐다. 안양(-0.05%)·과천(-0.25%)·의왕(-0.05%)·동두천(-0.08%)·화성(-0.03%)이 12월 들어 아파트 전세가가 떨어졌다.
고준석 동국대 교수는 “매매 거래량이 줄면서 매물이 쌓이고 가격 상승 폭이 축소되는 현 상황은 대출 규제가 강화되면서 일시적 조정이 온 것”이라며 “디딤돌 대출 등 서민 금융이 가능한 6억 원 이하는 그나마 거래가 활발했는데 이제는 6억 원 이하 주택이 사라지면서 실수요자의 매수가 힘들다”고 설명했다. 고 교수는 다만 “대세 하락이 오려면 공급 부족이라는 근본 요인이 해결돼야 하는데 이는 당장 해결되기 어렵다”며 “장기적으로 다주택자를 대상으로 양도세 중과를 완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