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대통령실

10배 늘어난 '답정너' 연구용역…정책, 산으로 간다

文정부 들어 규모 10배 늘었지만

탈원전·4대강 등 '밀어붙이기' 논란

판단 유보도 잇따라…신뢰만 잃어

고리 원자력발전소 전경 /연합뉴스고리 원자력발전소 전경 /연합뉴스




문재인 정부 이후 정책 연구 용역 규모가 10배 가까이 늘었지만 결론을 미리 정해두는 ‘끼워 맞추기식’ 용역으로 연구의 신뢰도를 잃고 있다. 탈(脫)원전, 4대강 보(洑) 해체 같은 논쟁적 정책이 대표적인 끼워 맞추기식 연구 용역 대상으로 꼽힌다. 여기다 최근 대선을 앞두고 ‘정무적 판단’이 필요한 정책에 대해서는 정부가 애매모호한 결과를 미리 유도해놓고 용역 결과 뒤에 숨어 정책 판단을 미루는 현상까지 나타나고 있다.




29일 기획재정부와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등에 따르면 기재부는 올 들어 지난 8월까지 총 51건의 연구 용역을 발주한 것으로 나타났다. 용역 계약 금액은 420억 7,300만 원에 이른다. 문재인 정부 출범 첫해인 2017년 107건, 61억 7,000만 원이었던 기재부의 용역 발주 규모는 지난해 106건, 636억 원 규모로 10배가량 불어났고 올해도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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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원전과 탄소 중립 등을 진두지휘한 산업통상자원부와 환경부 등 관계 부처도 사업과 직접 연관된 연구 용역은 물론 ‘탄소 중립 이후 녹색 성장 기본계획 수립’ 등의 명목으로 부가 용역 발주를 크게 늘려 예산을 확대했다. 정부 정책의 타당성을 객관적으로 검증하기 위해 생겨난 연구 용역 제도가 이제는 본말이 바뀌어 정부 정책의 정당성을 뒷받침하는 형식적 용도로 위상이 격하된 것이다. 실제로 환경부가 2018년 이후 4대강과 관련해 발주한 연구 용역만 총 39건, 계약 금액은 100억 원에 이른다.

문제는 학계는 물론 정부 내부에서도 연구 용역 결과에 의문을 품을 정도로 용역 결과의 신뢰도가 낮아지면서 정책 품질이 떨어지고 같은 여당 대선 주자까지 정책 방향을 뒤집는 사례가 빈번해지고 있다는 점이다. 오정근 건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정부가 자신들이 원하는 답을 주는 연구기관 중심으로 용역을 발주하면서 정책 신뢰도가 크게 낮아지고 있다”며 “최소한 국책연구기관 정도는 정부 눈치를 보지 말고 독립적으로 결과를 낼 수 있도록 보장해줘야 한다”고 지적했다.


세종=서일범 기자·세종=권혁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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