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멀라 해리스 미국 부통령이 기업 최고경영자(CEO)로 구성된 사실상의 ‘정책 자문단’을 운영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왔다. 자문단에는 조 바이든 대통령이 대대적 규제에 나선 빅테크도 포함됐다. ‘차기설’이 도는 해리스 부통령이 조 바이든 대통령과는 다른 색채를 띄며 자기 정치에 시동을 거는 모양새다.
바이든이 때리는 ‘빅테크’도 자문단에
29일(현지 시간)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해리스 부통령이 꾸린 CEO 자문단은 브래드 스미스 마이크로소프트(MS) 부회장 겸 사장과 통신장비 업체 시스코의 척 로빈스 회장 겸 CEO, 제인 프레이저 시티그룹 CEO, 아제이 방가 마스터카드 회장 등으로 구성됐다. 해리스 부통령은 전화 통화와 화상 회의 등으로 이들로부터 정책 자문을 구하는 일이 빈번해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코로나 19 상황부터 공급망 문제, 반도체 부족에 이르기까지 폭 넓은 의제가 다뤄진다.
실제 올해 봄 과테말라와 엘살바도르, 온두라스 등에서 몰려드는 이민자 지원 목적으로 미국 기업들이 총 12억달러(약 1조4,210억원) 규모 기부금을 냈는데, 이때도 해리스 부통령 자문단이 아이디어를 낸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해리스 부통령 측은 “부통령은 다양한 이슈에 걸쳐 재계와 긴밀히 협력해왔다”고 설명했다.
블룸버그는 “해리스 부통령이 정책 자문을 명분으로 월가와 기술 기업 경영진과 조용히 접촉면을 넓히고 있다”고 평가했다. 특히 기술 기업은 바이든 정부가 공격적으로 ‘반(反) 독점’의 칼끝을 겨누고 있는 대상인 만큼 해리스 부통령의 정치 행보가 자신의 ‘상사’와 묘하게 대비되는 구석이 있다.
‘기업과 지나친 밀착’ 민주당 지지자에 찍힐 우려도
해리스 부통령은 바이든 정부와 미국 민주당의 인기가 크게 낮아진 가운데서도 그나마 그 중에서 차기 지지율이 높은 편이다. 한 현지 조사에 따르면 그는 12% 지지율을 보였는데, 피트 부티지지 교통장관과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 등 다른 후보군보다 높았다. 물론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 같은 ‘거물’에 비하면 중량감이 떨어지는 것이 사실이다.
자신에 씌워진 ‘실패’ 이미지를 벗는 것도 해리스 부통령한테는 주요 과제다. 바이든 부통령은 그가 ‘이민자의 딸’임을 고려해 불법 이민자 급증 문제 대처를 맡겼지만 해리스 부통령은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했다는 평가가 많다. 해리스 부통령이 투표권법 개혁, 친노조 태스크포스(TF) 운영, 아시아계 권익 보호 등 정치적 난제를 맡아 허덕이고 있다는 얘기마저 나온다.
그러나 기업과의 ‘공생 관계’가 오히려 해리스 부통령에 장애물이 될지 모른다는 우려도 나온다. 실제 기업들이 자문단을 통해 해리스 부통령실에 각종 로비를 벌이는 것으로 전해졌다. 블룸버그는 “민주당 지지자들은 기업과 지나친 밀착을 좋아하지 않을 것”이라며 “특히 차기를 노린다면 이는 문제가 될 수 있다. 이미 그의 검사 이력을 탐탁지 않아 하는 지지자들이 많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