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작년 신상공개 피의자 절반 '스토킹·교제살인'…법 시행에도 참극 잇따라

김태현·백광석·김시남·김병찬·이석준 등

국민 공분케 한 스토킹·교제살인 빈발

스토킹처벌법 시행에도 비극 반복되며

피해자 보호조치 강화 등 대안 마련 박차


2021년엔 교제하던 연인을 스토킹 끝에 살해하는 강력범죄가 잇따르며 이러한 범죄를 향한 사회적 공분도 크게 일었다. 지난해 신상이 공개된 강력범죄 피의자 10명 중 5명이 스토킹·교제 살인 피의자였다는 점이 그 방증이다. 반복되는 스토킹·교제 살인에 스토킹처벌법이 법안 최초 발의 이후 22년 만에 통과되는 등 스토킹 범죄와 관련된 제도가 진일보했다. 하지만 스토킹처벌법이 시행되고도 참극이 반복되며 단순히 처벌 및 사후 조치 강화만으로는 범죄 근절이 어렵다는 점이 드러나자, 경찰은 신변보호 제도 개선 등 피해자 보호 강화 방안을 잇따라 내놓고 있다.

김태현이 지난해 4월 9일 검찰로 구속 송치되며 서울 도봉경찰서에서 나오고 있다. /연합뉴스김태현이 지난해 4월 9일 검찰로 구속 송치되며 서울 도봉경찰서에서 나오고 있다. /연합뉴스





1일 경찰 등에 따르면 2021년 신상정보가 공개된 피의자는 총 10명(9건)이었다. 지난 2010년 특정강력범죄법 개정에 따라 신상공개제도가 도입된 이후 가장 많은 숫자다. 특히 이 가운데 스토킹 중이거나 과거 교제했던 여성을 살해한 피의자는 5명으로 절반에 달했다.

지난해 첫 신상공개 대상자는 '노원구 스토킹 살해 사건'을 저지른 김태현(25)이었다. 김태현은 2019년 말 온라인 게임에서 알게 된 여성 A씨가 연락을 거부하자 수개월간 스토킹을 저질렀다. 급기야 지난해 3월 택배기사로 가장해 A씨의 집에 침입한 후 A씨의 동생과 어머니, A씨를 차례로 살해했다.

7월엔 제주도에서 옛 동거인의 아들을 살해한 백광석(48), 김시남(46)의 신상이 공개됐다. 백광석은 과거 사실혼 관계였던 여성 B씨가 이별을 통보하자 앙심을 품고 수차례 집에 찾아가 '너에게 가장 소중한 것을 빼앗겠다'며 협박했다. 경찰이 B씨와 아들의 거주지 주변에 CCTV를 설치하고 법원도 백광석에 대해 접근금지 명령을 내렸지만, 백광석과 김시남은 결국 지난해 7월 18일 B씨의 자택에서 B씨의 중학생 아들을 살해했다.

경찰의 신변 보호를 받던 전 여자 친구를 살해한 김병찬이 지난해 11월 29일 오전 검찰로 송치되기 위해 서울 남대문경찰서를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경찰의 신변 보호를 받던 전 여자 친구를 살해한 김병찬이 지난해 11월 29일 오전 검찰로 송치되기 위해 서울 남대문경찰서를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스토킹범죄를 중범죄로 규정하고 경찰 대응을 강화한 스토킹처벌법이 지난해 10월 시행된 이후에도 스토킹 살해는 이어졌다. 지난해 11월엔 서울 중구 오피스텔에서 전 여자친구를 흉기로 찔러 살해한 '김병찬(35) 사건'이 발생했다. 그는 피해자를 1년간 스토킹해왔지만 스토킹처벌법 시행 이전까지는 법적 근거가 전무해 구속 등의 조치가 취해지지 않았다. 사건 당시 피해자는 착용하고 있던 스마트워치로 긴급구조 요청을 보냈지만, 스마트워치의 위칫값 오차가 너무 커 경찰은 피해자의 오피스텔이 아닌 아닌 명동으로 도착했고 결국 김병찬의 살인을 막지 못했다.

관련기사



신변보호를 받던 여성의 가족을 살해한 이석준(25)./송파경찰서 제공신변보호를 받던 여성의 가족을 살해한 이석준(25)./송파경찰서 제공


지난해 12월에는 신변보호를 받던 여성의 가족을 살해한 이석준(25)의 신상정보가 공개됐다. 이석준은 지난해 12월 5~6일 피해자 C씨를 감금한 채 강간상해하고 불법촬영한 후 천안에서 대구까지 끌고 다녔다. C씨 가족이 신고했지만 경찰은 긴급체포 요건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이석준의 신병을 확보하지 않았다.

풀려난 이석준은 C씨의 가족에 앙심을 품은 후 흥신소에 50만원을 주고 C씨의 자택 주소를 알아냈다. 이후 C씨의 집에 침입해 C씨의 어머니와 남동생을 흉기로 찔렀다. 어머니는 사망했고 남동생은 현재 치료를 받고 있다. 검찰은 지난해 12월 31일 이석준을 특정범죄 가중처벌법상 보복살인, 살인미수, 강간상해 등 7개 혐의를 적용해 구속 기소했다.

전자발찌 훼손 전후로 여성 2명 살해 혐의를 받는 강윤성이 지난해 9월 송파경찰서에서 검찰로 송치되고 있다. /연합뉴스전자발찌 훼손 전후로 여성 2명 살해 혐의를 받는 강윤성이 지난해 9월 송파경찰서에서 검찰로 송치되고 있다. /연합뉴스


스토킹처벌법 시행 이후에도 참극이 반복되고, 무엇보다 일련의 사건에서 경찰의 미비한 대응이 드러나며 경찰은 스토킹범죄 등을 둘러싼 현장 대응력 강화 방안을 내놓고 있다. 우선 경찰은 신변보호제도의 용어를 '범죄 피해자 안전조치'로 변경하고 위험 등급을 매우 높음, 높음, 보통으로 구분해 안전조치를 실시하기로 했다. 위험한 사건에 대해서는 피해자에 대한 안전숙소 제공, 거주지 이전 등의 강력한 조치를 제공하겠다는 취지다.

또 경찰은 김병찬 사건에서 스마트워치의 기능적 결함이 발견됨에 따라 성능이 개선된 스마트워치 6,300대를 내년 전국 경찰서에 보급하기로 했다. 또 현재 3,700대인 스마트워치를 1만대까지 확충하고 주거지용 CCTV 설치예산도 600대분까지 확대할 방침이다.

아울러 경찰은 스토킹 등 전·현 연인, 가족 등을 상대로 발생하는 ‘관계성 범죄’ 가운데 폭력을 동반한 사건을 ‘신속·집중 수사 대상’으로 지정해 즉시 수사에 착수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또 현장출동 및 초기수사 단계에서 긴급응급조치 및 잠정조치 등 가해자 접근차단과 피해자 보호 조치를 적극적으로 시행하기로 했다.

한편 앞선 다섯 명 외에 지난해 신상이 공개된 강력범죄 피의자는 강윤성(56), 권재찬(52), 허민우(34), 최찬욱(26), 김영준(29)이다. 강윤성은 전자발찌 훼손 전후로 여성 2명을 살해한 혐의로, 권재찬은 지난해 12월 인천에서 중년 여성과 시신유기 공범을 잇따라 살해한 혐의로 신상이 공개됐다. 허민우는 지난 5월 인천 노래주점에서 술값 문제로 실랑이하던 손님을 살해하고 유기했다. 최찬욱과 김영준은 SNS와 소개팅 어플리케이션 등에서 여성 행세를 하며 남성들의 성착취물을 제작 및 유포한 혐의를 받는다.


김태영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