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의붓딸 자해 우려에 방문 부숴…헌재 "재물손괴 아냐"

헌법재판소./연합뉴스헌법재판소./연합뉴스




의붓딸의 자해를 의심해 방문을 훼손한 혐의로 기소유예 처분을 받은 여성에 대해 헌법재판소가 검찰 처분을 취소했다.



헌재는 재물손괴 혐의 기소유예 처분을 받은 A씨가 낸 처분 취소 청구에서 A씨의 행위에 정당한 사유가 있다고 보고 검찰의 처분을 취소했다고 2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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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씨는 2020년 집에서 의붓딸 B씨가 방문을 열어주지 않자 펜치로 손잡이를 훼손해 재물손괴 혐의로 기소유예 처분을 받았다. 수사과정에서 A씨는 과거에 자해를 한 적이 있는 B씨가 사건 당일 방에서 오랜 시간 인기척이 없어 확인을 위해 벌인 행위였다고 주장했다. 실제 B씨는 정신 치료를 받아왔고, 상담 과정에선 ‘친어머니의 가출과 아버지의 잦은 외박, 재혼으로 버림받았다는 생각을 하고 자해를 시도했다’거나 ‘술을 마시면 극단적인 생각을 하게 된다’는 이야기를 한 바 있었다.

사건을 수사한 검찰은 사건 정황과 경위 등을 참작해 A씨를 재판에 넘기지는 않았지만 혐의는 인정했다. A씨는 이런 검찰의 처분이 결국 자신에게 죄가 있다는 이야기이므로 행복추구권을 침해한 것이라며 헌법소원을 냈다. A씨는 자신의 행위가 ‘오상피난’(誤想避難)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실제 위난은 없었지만 자신이나 다른 사람이 위험을 피하려 한 오해에서 발생한 행위로 죄가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헌재는 “사건 당시 B씨가 술을 마시고 들어와 A씨가 수차례 방문을 두드렸음에도 열어 주지 않았다”며 “A씨로서는 오인할 만한 상황이 있었던 것으로 볼 여지가 있다”고 판단했다. 이어 “검찰은 오상피난을 인정할 정당한 사유가 있는지와 피해자의 추정적 승낙 인정 여부 등을 추가로 수사해 재물손괴 혐의 인정 여부를 판단했어야 한다”며 기소유예 처분을 취소해야한다고 결정했다.

한민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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