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로터리] 유능한 통상전문가는 소중한 국가 자산

김기준 한국섬유산업연합회 상근부회장





2022년 새해 글로벌 무역 통상 환경은 세계 주요국의 미래 산업 육성 경쟁과 코로나19 장기화에 따른 공급망 재편 등 우려가 크지만 그래도 희망이 있다. 동남아국가연합(ASEAN·아세안)을 포함해 세계경제의 30%를 차지하는 거대 자유무역 시장을 엮는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이 발효되기 때문이다. 이는 섬유 기업에도 관세 인하, 통관 간소화 등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기에 과거 통상 협상을 담당했던 입장에서 특별한 관심을 갖게 되는 부분이기도 하다.



유능한 통상 전문가는 국가의 소중한 자산이다. 다행히도 우리는 다양한 교육 지원과 국제기구 파견 등을 통해 국제적으로도 인정받는 통상 전문가를 다수 배출했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을 통해 능력을 인정받고 세계무역기구(WTO) 사무총장직에 멋지게 도전했던 유명희 전 통상교섭본부장이 대표적인 예다. 급변하는 글로벌 무역 통상 환경은 앞으로도 국익을 대변할 통상 전문가를 더 많이 요구할 것이다. 따라서 우수한 통상 인재라는 열매가 계속 수확되도록 계획적으로 묘목을 심고 체계적으로 관리하는 국가 차원의 인재 관리 전략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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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장기적인 교육 투자가 필요하다. 협상에 필수적인 지식을 쌓도록 로스쿨 유학 기회를 부처별로 매년 일정 인원에게 제공하면 영어와 법률 지식을 연마한 인력을 확보할 수 있다. 더불어 협상의 전문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각 산업에 대한 전문적인 지식을 갖춘 다양한 분야의 박사 학위를 보유한 인재도 필요하다. 일부에서는 공무원에 대한 장기적 유학 지원을 특혜로 보고 유학 이후 민간 이직 등을 들어 유학 지원을 부정적으로 보는 시각이 있음을 알고 있다. 하지만 한미 FTA 협상 타결에 기여한 자문 그룹의 다수는 미국 로스쿨 졸업 후 국내 로펌 등으로 이동한 공직자 출신 통상법 전문가들이었다.

둘째, 통상 업무가 중요한 해외 주요 공관과 국제기구에 각 부처 통상 인재들의 파견 근무가 제도화되는 통상 인력 글로벌 순환 보직 시스템 마련이 필요하다. 통상 협상 담당자들이 리더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양자?다자 공관에서 축적할 외교 역량과 국제기구 경험이 결정적인 도움을 준다. 조직 개편으로 통상 주무 부처가 바뀌었음에도 통상이 주요 업무인 공관이나 국제기구에 파견되는 길이 막혀 있다면 제대로 된 통상 인재를 육성할 수 없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부처 내 혹은 부처 간 인사 교류를 통해 통상 인재들이 산업·에너지·의료·표준 등의 다양한 경험을 쌓아 융·복합적인 문제 해결 능력을 갖추도록 통상 경력 관리 시스템의 재정비가 필요하다. 국가를 대표해 협상에 나서는 통상 전문가는 통상 법률 외에 각 분야의 입장을 다차원적으로 고려하는 종합적인 판단력을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

글로벌 무역 통상 환경의 불확실성이 높아질수록 국익 확보를 위한 총칼 없는 전쟁을 전략적으로 수행할 지휘관의 역할은 중요해진다. 앞선 세대가 유능한 통상 전문가를 키워 우리가 복합적인 통상 위기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었듯이 이제는 다음 세대를 위해 보다 체계적으로 유능한 인력을 양성하는 노력에 힘써야 할 때다. 어려운 여건이지만 미래를 희망차게 만드는 것은 우리의 준비에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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