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진단 기준 강화로 재건축 추진에 발목을 잡힌 단지들이 잇따르는 가운데 경기도 수원시 권선구 삼환아파트가 정밀안전진단에서 ‘E등급’을 받아 관심을 모으고 있다. 정밀안전진단 5개 등급 중 최하 단계인 E등급은 2차 적정성 검토 없이 바로 재건축 추진이 가능하다.
4일 정비 업계에 따르면 수원 권선구 구운동의 삼환아파트 재건축추진위원회는 지난 3일 수원시청으로부터 정밀안전진단에서 E등급을 받았다는 공문을 받았다. 1991~1992년 준공돼 재건축 연한을 꽉 채운 삼환아파트는 2019년 외벽 구조물에 균열이 생겨 잔해가 바닥으로 떨어지는 사고가 발생하는 등 노후 정도가 심각한 상황이다. 이 단지는 지난해 5월 예비안전진단을 신청했는데, 수원시청이 해당 아파트의 안전 문제를 인지해 예비안전진단(현지 조사) 절차를 건너뛰고 곧바로 정밀안전진단 절차로 넘어가기도 했다.
예비안전진단 신청 접수 후 8개월 만에 정밀안전진단 최하 등급인 E등급을 받을 정도로 노후도가 심각하지만 다음 단계인 정비계획 수립 등으로 넘어가기까지 시간이 걸릴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 단지가 ‘2030 수원시 도시주거환경정비 기본 계획’에 포함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2030 기본 계획이 수립된 2019년 당시 구운동 삼환아파트가 재건축 연한을 채우지 못했기 때문에 2030 기본 계획에서 빠졌다는 것이 수원시 측의 설명이다.
시는 지난해 국토교통부에 구운동 삼환아파트를 2030 기본 계획에 반영해야 하는지 여부를 질의했지만 아직까지 국토부는 명확한 답변을 내놓지 않고 있다. 수원시 관계자는 “국토부에 삼환아파트를 2030 기본 계획에 반영할지 아니면 바로 정비계획을 수립할 수 있는지를 질의한 상태”라며 “법 체계에 맞게 진행하려면 기본 계획에 우선 반영하는 것이 맞다는 판단이지만 아직 공식적인 답변이 오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2019년 이후 여러 차례 붕괴 위험이 있었던 만큼 추진위 측은 빠른 사업 진행을 요구하고 있다. 추진위 관계자는 “단지가 정밀안전진단을 추진한 배경은 재건축보다는 안전상의 문제가 더 크다”며 “국토부의 조치에 따라 향후 계획에서 몇 년이 왔다 갔다 할 수도 있기 때문에 발 빠르게 움직여줬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구운동 삼환아파트는 최고 15층 1,680가구 규모로 지하철 1호선 화서역과 가깝다. 재건축 사업 이후 가구 수는 확정되지 않았지만 일각에서는 신분당선 연장으로 단지 인근에 구운역이 신설될 경우 역세권 용적률 완화 혜택을 받아 3,000가구 이상의 대단지로 탈바꿈할 수 있다는 기대감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