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중국해를 둘러싼 영유권 분쟁이 한창이던 2011년 9월 중국 인민일보의 자매지 환구시보에 섬뜩한 내용의 기고문이 실렸다. 민간 싱크탱크인 중국에너지기금위원회의 전략 분석가인 룽타오는 ‘남중국해에서 무력을 사용할 때가 왔다’는 제목의 글에서 “목소리가 큰 베트남과 필리핀을 공격해 다른 나라에 ‘살계경후(殺鷄儆?)’의 교훈을 가르쳐야 한다”고 주장했다. 살계경후는 곡예단의 원숭이가 잔꾀를 부리며 재주를 부리지 않자 닭을 죽여 원숭이를 겁먹게 하면서 길들였다는 고사에서 나온 말이다. 청나라 때 이보가의 풍자 소설 ‘관장현형기’에는 이와 유사한 표현이 등장한다. 손자병법의 26계에 해당하는 지상매괴(指桑罵槐·뽕나무를 가리키며 홰나무를 나무란다)와도 의미가 비슷하다.
살계경후는 최근 중국의 패권주의적 ‘전랑(戰狼·늑대전사) 외교’를 설명할 때 자주 등장한다. 중국은 주변국과 마찰을 빚으면 노골적인 경제 보복을 통해 다른 나라로 하여금 저항할 엄두도 내지 못하도록 만든다. 반중(反中) 기치를 내건 호주를 겨냥해 석탄 금수 조치 등 경제 제재를 가한 것은 대표적 사례다. 지난해 8월에는 대만의 한 연예인이 자국 대표 선수들을 열렬히 응원했다가 중국의 미움을 사 광고 중단 탄압을 받았다. 당시 대만 정치인들은 “우리나라에는 살계경후가 통하지 않는다”며 중국의 공세에 일침을 놓았다. 환구시보는 몇 해 전 주한미군의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한반도 배치에 대한 중국 입장을 보도하면서 살계경후라는 격한 표현을 사용했다. 미국과의 패권 전쟁에서 밀리지 않기 위해 한국을 희생양으로 삼을 수 있다는 협박이었다.
중국 칭화대의 다웨이 국제관계학과 교수가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올해 외교 정책과 관련해 “중국이 외국 정부를 상대로 살계경후를 시도해서는 안 된다”고 주문했다. 그는 “국제 관계에서 닭 잡기는 원숭이를 겁먹게 할 수 없을 뿐 아니라 닭이 더 빨리 원숭이 쪽으로 가게 만든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중국은 앞으로도 계속 팽창주의 외교에 매달릴 것이다. 우리가 중국의 ‘늑대 외교’에 휘둘리지 않으려면 분명한 외교 원칙을 선언하고 위협과 도발에 맞서 싸우겠다는 강한 의지를 보여줘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