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4일 청와대 중심의 권력 구조를 비판하며 ‘국회 총리 추천제’ 도입을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선을 두 달 앞두고 집권 여당의 대표가 구체적인 정치제도 개혁을 주장한 것이어서 눈길을 끈다. 앞서 심상정 정의당 대선 후보 역시 총리 국회 추천제를 공약했다.
송 대표는 이날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국회·한국행정연구원(KIPA) 세미나에 참석해 “모든 대통령 후보들이 후보 기간에는 청와대 축소, 내각 중심 운영을 공약한다. 그런데 실천한 대통령이 몇 명이나 되느냐”며 이같이 주장했다.
송 대표는 청와대 중심 국정 운영을 두고 “사실상 헌법 위반 상태가 방치되고 있는 것”이라며 강도 높게 비판했다. 그는 “헌법에 따르면 국무총리는 국무위원 임명 제청권을 가진다”며 “하지만 실제로 그렇게 행사해본 적이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일반적으로 청와대에서 국무위원 인선을 주도해 국무총리가 임명을 제청하는 형식적 절차조차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헌법상 국무총리에게 부여된 권한을 청와대에서 행사하니 위헌 상태라는 논리다. 송 대표는 “대통령이 주요 공약도 수석보좌관과 회의하고 고위 공무원 인사권도 장악하고 있다”며 “계속 이렇게 하면 국무위원은 껍데기가 되지 않겠느냐”고 꼬집었다.
이어 송 대표는 국회에서 총리를 추천하는 ‘책임 총리제’ 도입을 제안했다. 책임 총리제는 제왕적 대통령제의 폐단을 막기 위해 대통령과 총리가 업무를 명료하게 분담하는 분권형 국정 운영 제도를 말한다. 인사권이 대통령에게 있을 때와 달리 국회에서 추천하면 국무총리가 보다 효과적으로 대통령 권력을 견제할 수 있다는 취지다.
송 대표는 “헌법을 개정하지 않더라도 대통령이 지명하고 국회가 동의하는 현행법에 사전 절차로서 국회 추천을 도입하면 된다”며 “위헌 논란이 있을 수 있지만 오히려 현재의 헌법 위반 상태를 정상화하는 의미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국회가 매번 정부의 발목만 잡아 국가 발전 동력이 떨어지는 경우가 많다”며 “(총리 국회 추천제를 실시하면) 입법부와 행정부가 싸우다가도 필요할 때 서로 힘을 합쳐 미래를 만드는 생산적인 국회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이에 대해 이재명 민주당 대선 후보는 지난해 12월 30일 열린 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 토론회에서 “저는 인재든 정책이든 출처와 연원을 따지지 말자는 주의”라면서도 “하지만 총리 국회 추천제의 경우 여소야대 상황에서는 국정 마비가 올 수도 있다. 제도화하는 것은 조심해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