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정부가 방위비를 실제보다 축소해 발표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일본이 한국·중국 등 주변국의 반발을 우려해 방위비를 일부러 보수적으로 계산했다는 것이다.
도쿄신문은 4일 “지난해 일본 방위비가 국내총생산(GDP) 대비 1% 미만이라는 방위성의 발표와 달리 실제로는 GDP 대비 1.24%로 집계됐다”고 보도했다.
방위성에 따르면 일본의 지난 2021년 방위비는 GDP 대비 0.95%다. 그러나 이는 일본이 자체 기준을 적용해 보수적으로 방위비를 계산하기 때문이라고 도쿄신문은 분석했다. 일본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과 달리 퇴역군인연금이나 해안경비대 경비, 유엔평화유지활동(PKO) 기여금 등을 방위비에 넣지 않는다. 이런 항목들과 추가경정예산까지 합쳐 계산해보니 일본의 GDP 대비 방위비 비율은 1.24%까지 치솟았다. 스페인(1.17%), 이탈리아(1.39%)와 맞먹는 수준이다.
이런 상황은 2차 세계대전 ‘전범 국가’인 일본이 1976년 당시 방위비를 GDP 대비 1% 미만으로 제한하겠다고 한 발표와 배치된다는 지적이다. 일본이 그간 공언해온 1% 이내 룰이 실은 ‘눈 가리고 아웅’ 식이었다는 것이다.
일본은 올해 방위비로 5조 4,005억 엔(약 55조 7,000억 원)을 책정했다. 지난해 세운 최고 기록(5조 3,422억 엔)을 1년 만에 넘어섰다. 2013년 재집권한 현 여당 자민당은 이후 10년 동안 방위비를 연속해서 늘려왔다. 자민당은 지난해 10월 중의원 선거에서 방위비를 GDP의 2% 이상까지 증액한다는 공약을 내세우기도 했다.
일본은 미국을 명분으로 대고 있다. 미국은 도널드 트럼프 정부 때부터 ‘동맹국들이 방위비도 제대로 내지 않고 미국에 안보를 의존하고 있다’며 방위비 지출을 GDP 대비 2%로 끌어올릴 것을 요구했다. 일본이 이를 ‘군비 증강’의 기회로 삼았다는 분석이다. 도쿄신문은 기시다 후미오 자민당 내각이 무분별한 방위비 팽창의 길로 가고 있다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