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후보들이 단기 이슈에 집중하다 보니 기후변화와 같은 중장기 이슈를 빠뜨리는 것 같습니다. 국가와 인류의 장래를 위해 기후변화와 탄소 중립에 더 많은 관심을 기울여야 합니다.”
이광형 KAIST 총장은 지난 5일 서울경제와의 인터뷰에서 “탄소 중립을 둘러싸고 앞으로 새로운 무역 질서가 펼쳐질텐데 우리에게는 위기이자 기회가 될 수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유럽이 오는 2026년부터 탄소국경세를 도입하기로 하는 등 유럽·미국에서 탄소 중립을 통상·산업·기술의 세계 표준으로 만들려는 추세에 적극 대응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대선 과정에서 국가의 장래와 직결되는 탄소 중립 같은 정책을 놓고 사회적 담론을 모아가는 과정이 보이지 않아 아쉽다고 했다. 실제 환경단체들은 온실가스 감축을 강력히 추진해야 한다는 입장인 반면 기업들은 정부의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가 지나치게 과하다며 볼멘소리를 하고 있다.
이 총장은 “우리나라는 탄소 배출량 세계 9위로 경제 규모(G10)를 고려할 때 조금 더 많다”며 “지구촌의 책임 있는 일원으로 글로벌 위기 해결에 동참한다는 의미도 있고 탄소 배출을 줄이지 않으면 앞으로 산업과 무역에 규제를 받게 된다는 점에서 선제적으로 준비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NDC는 국가 간 약속이라 최선을 다해 지키는 것이 국익에 부합한다는 것이다. 특히 그는 “탄소 중립 문제를 위기 대응 위주로 접근하지 말고 미래 기술과 새 무역 질서에서 기회를 창출한다는 관점으로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탄소 중립 이슈는 새로운 질서의 태동을 의미해 위기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기회를 찾는 눈으로 보면 전화위복이 될 것이라는 얘기다.
탄소 중립 달성을 위한 민관 위원회인 ‘2050 탄소중립위원회’의 경우 정부 측 공동 위원장이 국무총리인데 이를 대통령이 맡는 것으로 격상하고 기업 등 민간을 좀 더 포괄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도 했다.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논란과 관련해서는 ‘에너지 믹스’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에너지는 국가 안보, 정치외교, 경제, 과학기술 등 복합적인 이슈”라며 “탄소 중립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원전을 포함해 통합적인 에너지 믹스를 펴야 한다”고 힘줘 말했다. 환경문제, 기술, 경제성, 안정적 공급망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에너지 믹스를 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유럽의 경우 러시아에 대한 천연가스 의존도가 너무 높아 국가의 자주적인 의사결정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에너지를 특정 국가에 의존하거나 특정 에너지의 비중이 너무 크면 안보에 위험 요인으로 작용한다”고 말했다.
한편 그는 KAIST의 기후변화 연구에 대해서도 상세히 설명했다. 기후변화연구소를 설치해 30여 명의 교수진이 같이 인공 광합성 연구를 기획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광합성은 이산화탄소와 물을 원료로 나무와 곡식·산소를 만드는 공정”이라며 “식물이 엽록소라는 촉매를 활용해 광합성을 하는 것처럼 인간이 인공으로 엽록소 촉매를 만들면 된다”고 했다. 그러면서 지구의 자연사를 길게 설명하며 인위적으로 과다 배출되는 탄소를 다시 자연으로 되돌려 놓아야 한다고 했다. 그는 “46억 년 전 지구가 태어날 때는 산소가 없었다가 약 27억 년 전 식물이 탄생하며 광합성을 통해 나무·곡식·산소가 생기는 등 지구 생태계가 형성됐다”며 “나무와 곡식이 땅에 묻힌 뒤 수억 년 동안 석탄과 석유 형태로 탄소를 간직하고 있다가 200여년 전 산업혁명기부터 인간이 석탄·석유를 태우기 시작하면서 문제가 커지고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