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IT

"美대학, 시장서 통할 R&D 활발…'장롱 특허' 넘치는 韓과 달라" [서경 CES 과학기술 포럼]

[2022 성장엔진을 다시 켜라-과학기술 대혁신]

< 6·끝 > 서경 CES 과학기술 포럼 ② 대학의 기술 이전·사업화

■오린 허스코비츠 컬럼비아대 IP수석부사장 겸 컬럼비아기술벤처 센터장

컬럼비아대는 특허 등록 전에 대부분 기술이전 계약

최근엔 스타트업 창업 증가속 기술매각 경향 강해져

韓대학, 산학협력단 전문성 강화 등 美 벤치마킹해야

오린 허스코비츠(Orin Herskowitz) 미국 컬럼비아대 지식재산권(IP) 수석부사장 겸 컬럼비아기술벤처센터장오린 허스코비츠(Orin Herskowitz) 미국 컬럼비아대 지식재산권(IP) 수석부사장 겸 컬럼비아기술벤처센터장




“컬럼비아대가 특허를 출원하면 60%가량은 기업에 기술 이전되는데 대부분 등록도 되기 전에 이뤄집니다. 그만큼 시장에서 필요한 연구를 한다는 거죠. 최근에는 스타트업 창업이 많이 늘었는데 기술을 성숙시켜 매각하는 흐름도 커졌습니다.”



미국 아이비리그 대학인 컬럼비아대의 오린 허스코비츠(Orin Herskowitz) 지식재산권(IP) 수석부사장 겸 컬럼비아기술벤처센터장이 지난 7일(현지 시간) ‘CES에서 본 글로벌 과학기술 전쟁의 현황과 대안’을 주제로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서경 CES 과학기술 포럼’에서 “대학은 차세대 리더 교육, 기초과학 연구, 지역사회 공헌 이외에 세계가 직면한 위기 문제에 대해 해결책을 낼 수 있는 새로운 역할이 필요하다”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보스턴컨설팅그룹(BCG)에서 7년간 전략 컨설턴트로 일한 뒤 15년 전 대학 연구개발(R&D)의 사업화를 돕기 위해 컬럼비아대에 둥지를 틀었다.

그는 “컬럼비아대는 연구자가 매년 400건가량 특허출원이나 상업화가 가능한지 기술이전센터와 협의한다”며 “이 중 약 절반을 출원한 뒤 기업을 찾아 연 120건가량 라이선스(대가를 받고 지식재산권의 권리를 부여하는 계약)를 한다”고 설명했다. 이 과정에서 특허 등록이 완료되기 전에 이미 대부분 기술 이전 계약을 맺는데 그만큼 시장에서 통할 만한 연구를 한다는 얘기다. 한국 대학 등 연구계가 ‘연구를 위한 연구’ ‘특허를 위한 특허’라는 구태에서 벗어나지 못해 이른바 ‘장롱면허’를 양산해온 풍토와 차별화된다. 그는 “교수 등 연구자로부터 특허출원 희망서를 받아 출원할 때 대학에서 기업과의 라이선스 협의 대상을 고르는 것이 아니고 시장이 선택한다”고 말했다.

*미국대학기술관리자협회(AUTM) 데이터 분석*미국대학기술관리자협회(AUTM) 데이터 분석




기술 이전 방식과 관련해서는 “절반은 전용실시권(독점권)을 주는데 화이자 같은 글로벌 제약사도 있지만 대체로 중소기업이 많다”며 “나머지는 통상실시권(제3자도 사용할 수 있는 권리)을 부여하는데 기업들에 근본적으로 핵심적인 특허는 아니고 엔진오일처럼 회사를 원활히 운영하는 데 필요한 것”이라고 상세히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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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컬럼비아대가 산업계에 필요한 특허를 갖고 있다는 것을 널리 알린다”며 “미국에서는 보통 특허출원에서 등록까지 약 4년이 걸리는데 비해 컬럼비아대에서 라이선스한 것 중 절반은 2년 내 마쳤다”고 뿌듯해했다. 그러면서 지난 15년간 기술 이전 받은 기업과 특허 소송을 벌인 것은 단 한 건에 불과했다는 일화도 털어놨다. 어떤 회사가 대학의 특허를 사용하면서도 몇 년간 라이선스를 거절해 할 수 없이 소송을 걸었다는 것이다. 그만큼 대학과 기업 간 산학 협력이 원활하게 이뤄지고 있다는 얘기다.

대학의 기업에 대한 기술 이전뿐 아니라 대학 내 창업과 엑시트(차익 실현) 활성화 흐름에 대해서도 소개했다. 그는 “십수 년 전만 해도 대학이 바로 기업에 대한 기술 이전에 초점을 맞췄으나 최근에는 기술을 시장에 내놓을 만큼 스타트업에서 먼저 숙성시키고 큰 회사가 스타트업을 사들이는 경향으로 바뀌고 있다”고 말했다. 15년 전 컬럼비아대에 왔을 때는 연간 4~5개의 스타트업이 창업했지만 최근에는 25~30개로 급증했다는 통계치도 내놨다. 그는 “스타트업은 제품의 상업화까지 많은 지원이 필요하다”며 “생명공학 같은 중요한 연구를 실험실에서 시장까지 연결해 사업화할 수 있는 14개의 프로그램(Lab-to-Market Acceleration Program)을 운용한다”고 밝혔다.

또 “기술이전센터는 물리학(Physics Science) 관련 연구나 특허로 보호 받기가 쉽지 않은 분야보다는 바이오 기술처럼 특허로 보호 받기가 상대적으로 용이한 쪽을 선호한다”고 소개했다. 실제 미국 대학에서 로열티 수입을 많이 올리는 쪽은 대체로 블록버스터급 신약 개발이다. 그는 켄터키대가 지난 4~5년간 바이오 분야에서 큰 혁신을 보여왔다며 포스텍 같은 한국의 대학들은 컬럼비아대나 스탠퍼드대보다 켄터키대를 벤치마킹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그는 “컬럼비아대의 기술 이전 시스템은 처음에 일리노이대를 벤치마킹했으나 이제는 무료로 다른 대학에 모델을 공개하고 있다”며 “대학에서 생명공학 같은 중요한 실험실 연구를 시장에서 필요한 사업화로 연결해 사회에 큰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힘줘 말했다.

그는 한국 대학의 기업가 정신과 연구개발(R&D) 사업화와 관련해서는 “대학기술관리자협회(AUTM)를 활용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며 “AUTM의 도움 없이 기술을 이전하려는 것은 내비게이션 없이 운전하는 것과 비슷하다”고 했다. 대학 산학협력단의 전문성을 높이고 연구자들을 시장과 적극적으로 연결할 때 기업가 정신과 R&D 사업화가 활성화된다는 얘기다. 특히 “컬럼비아대 스타트업들은 모두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문화가 있는데 한국 대학에서도 과감히 도전했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고광본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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