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시다 후미오 내각이 ‘임금 인상을 통한 경제성장’ 드라이브를 걸고 있지만 일본인 10명 중 7명은 올해 임금이 오르지 않을 것으로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들의 상황이 녹록지 않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NHK는 지난 8일부터 10일까지 1,219명을 대상으로 여론조사를 실시한 결과 응답자의 72%는 올해 임금이 오르지 않을 것이라고 답했다고 12일 보도했다.
기시다 내각이 역대 어느 정권보다 임금 인상에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이는 가운데 이 같은 결과가 나왔다. 역설적으로 임금 인상이 얼마나 어려운 과제인지를 극명히 보여준 셈이다.
기시다 총리는 후보자 시절부터 임금 인상의 필요성을 역설해왔다. 지난해 9월 후보자 연설에서는 ‘아베노믹스’의 혜택이 기업에만 쏠리고 임금 인상으로는 이어지지 않은 점을 지적했다.
중의원 선거 승리 직후인 지난해 11월 5일에는 현직 총리로는 9년 만에 일본 경제 3단체 신년 축하회에 참석해 “일본 경제의 국면 전환을 위해 임금 인상에 공격적 자세로 협력해달라”고 강조했다. 기사다 총리는 기업에 3% 인상을 요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기업의 임금 인상을 이끌어내기 위한 정책도 내놓았다. 임금을 올린 중소기업과 대기업의 공제율을 현행 20%, 25%에서 각각 30%, 40%로 올리고 정부 조달 시 임금 인상 기업에 가산점을 주기로 한 것이 대표적이다.
기시다가 임금 인상에 집착하는 것은 성장 정체 타개를 위해 제시한 ‘새로운 자본주의’ 실현을 위한 핵심 키가 임금이기 때문이다.
지난해 기준 일본의 실질임금은 연 424만 엔(약 4,376만 원)으로 1990년과 비교하면 고작 18만 엔(4.4%) 올랐다. 장기 불황을 극복하려면 일본 경제의 핵심 축인 소비를 진작시켜야 하고 이를 위해서는 임금 인상이 반드시 필요한 상황이다.
그러나 물가 상승, 코로나19의 여파로 어려움을 겪는 기업들은 부담이 가중되는 임금 인상을 단행하기가 쉽지 않다.
실제로 지난해 11월 기업물가지수는 공급난에 따른 원자재 가격 상승과 엔화 약세로 전년 같은 달 대비 9% 올라 41년 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총리가 인상을 요구했지만 기업들마다 상황이 달라 요구가 모두 수용되지는 못하고 있다"고 짚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