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IT

"베이징대 기업매출 서울대의 1,000배…대학 연구시스템 대전환해야" [서경 CES 과학기술 포럼]

[2022 성장엔진을 다시 켜라-과학기술 대혁신]

< 6·끝 > 서경 CES 과학기술 포럼 ②中에 밀린 韓대학 기술 사업화

칭화대 등 주요 대학 통큰 투자로 R&D 경쟁력 높아져

韓, 대기업-中企-대학 유기적인 혁신 생태계 구축 시급

실리콘밸리 수준으로 규제도 풀어 G2 패권전쟁 대비를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지난 7일(현지 시간) 열린 ‘서경 CES 과학기술 포럼’에서 김덕수(왼쪽부터) 한양대 교수, 황철주 주성엔지니어링 회장, 김무환 포스텍 총장, 임경수 아이디어허브 대표, 천세창 산업통상자원부 산업융합혁신 옴부즈만, 고광본 서울경제 선임기자가 토론하고 있다.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지난 7일(현지 시간) 열린 ‘서경 CES 과학기술 포럼’에서 김덕수(왼쪽부터) 한양대 교수, 황철주 주성엔지니어링 회장, 김무환 포스텍 총장, 임경수 아이디어허브 대표, 천세창 산업통상자원부 산업융합혁신 옴부즈만, 고광본 서울경제 선임기자가 토론하고 있다.




“미중 과학기술 패권 전쟁의 여파로 중국의 연구개발(R&D) 경쟁력이 주춤할 것이라고 예상을 많이 합니다만 중국 대학들은 어마어마한 투자를 통해 무서울 정도로 경쟁력을 키우고 있습니다.”



김무환 포스텍 총장이 지난 7일(현지 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CES에서 본 글로벌 과학기술 전쟁의 현황과 대안’을 주제로 열린 ‘서경 CES 과학기술 포럼’에서 “남방과학기술대의 경우 포스텍을 벤치마킹해 2010년 설립할 때는 우리를 경이롭게 봤는데 이후 빠르게 발전해 2018년에는 의대를 만들어 의대와 공대 등의 융합을 꾀하면서 바이오헬스 산업도 키우고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중국 대학의 경쟁력을 보면 현재는 중국이 미국의 강력한 견제로 반도체 분야 등에서 곤란을 겪고 있지만 중장기적으로 헤쳐나가지 않겠느냐는 생각을 해보게 된다”고 했다.

실제 칭화대와 베이징대 등 중국 주요 대학들의 예산 규모는 서울대보다 2~4배나 많다. 조남준 싱가포르 난양공대 교수는 “중국은 미국의 국제 R&D 규제에 맞서 국제 학술지 등을 대거 사들이는 식으로 우회해 국제 연구계에서 영향력을 행사하려고 한다”고 전했다.

중국 대학들은 국내 대학에 비해 기술 사업화에도 저만치 앞서가고 있다. 대학의 창업 숫자나 질을 따져봐도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다. 베이징대와 칭화대의 대학 기업 매출이 각각 연 14조 원, 8조 4,000억 원으로 서울대의 1,000배 수준인 점이 이를 방증한다. 김덕수 한양대 교수는 “중국이 과감하게 대학 숫자를 줄이는 등 구조 조정을 통해 효율적인 R&D와 창업 여건 조성에 나서고 있다”며 “우리도 대학의 연구소 창업 역량에서 혁명적 변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임경수 아이디어허브 대표는 “그동안 수없이 국가 연구소와 대학 산학협력단의 문을 두드려 특허수익 사업을 제안했지만 대부분 담당 부서의 복지부동이나 복잡한 의사결정 구조로 인해 무산됐다”며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특허가 사장되고 국민의 혈세가 낭비되는 현실이 안타깝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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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대학은 여전히 논문 위주의 풍토인 데다 그나마 아직 양에서 질로의 패러다임 전환이 제대로 이뤄지지도 않았다는 지적이 많다.

김 교수는 “연구자들이 건수 중심의 안전한 연구만을 추구하거나 형식적인 학술 대회, 연구 발표회를 하는 관행을 없애야 한다”며 “정부나 사회에서 대학을 평가하는 기준에 기술 사업화 지표를 적용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논문 등 계량적인 지표 위주로 교수 임용, 승진, 재임용 평가를 하는 방식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것이다.

천세창 산업통상자원부 산업융합촉진 옴부즈만(차관급)은 “박사급 연구 역량의 75% 이상이 있는 대학과 공공 연구소가 창업과 기업 지원 생태계에서 제 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다”며 “파괴력 있는 원천·핵심기술을 확보하는 데 집중한 뒤 R&D 성과를 특허 사업화로 이어지게 시스템을 대전환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산학협력단(TLO)이 전문성이 없고 경영 마인드나 글로벌 업무 능력이 부족해 연구실과 시장을 연결하지 못하는 현실을 타파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연구자도 기술이전을 하거나 창업으로 연결하겠다는 기업가 정신을 키워야 한다고 했다.

이날 포럼에서는 미국의 중국에 대한 첨단 기술 규제를 활용해 우리가 경쟁력을 높이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무성했다.

황철주 주성엔지니어링 회장은 “미국이 견제하더라도 중국의 R&D 발전 속도가 주춤할 수 있지만 이미 워낙 커버려 막지는 못할 것”이라며 “우리는 혁신 가치를 제대로 인정하는 풍토를 만들어 R&D부터 기술 사업화까지 드라이브를 걸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대학이 기업가 정신을 갖고 대한민국의 미래를 개척한다는 정신으로 혁신적인 교육, R&D, 기술 사업화를 펴야 한다”고 힘줘 말했다. 그는 정부도 혁신 기술이 초기에 시장에 잘 진입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등 혁신 시스템을 잘 구축해야 한다고 했다.

김 교수는 “미국의 견제로 중국이 국제 연구 활동에서 역할이 조금씩 줄어들 수도 있다”며 “우리가 국내외에서 연구 활동을 보다 적극적으로 펼쳐야 한다”고 말했다. 김 총장은 “대학의 핵심 인력 확보가 절실한데 현재는 대학과 보조를 맞추는 지방자치단체가 대학의 연구 인력 유치 비용을 부담할 수 없다”며 “하지만 중국처럼 지자체가 인프라를 구축하는 만큼의 비용을 대학의 해외 석학이나 석학급 인재 유치로 전환할 수 있다면 국가 경쟁력이 크게 높아질 것”이라고 제안했다.

천 옴부즈만은 “미중 과학기술 패권 전쟁에 대처하기 위해서는 중소기업과 대기업, 산학연 간 유기적인 혁신 생태계를 만들고 실리콘밸리 수준으로 규제를 혁파해야 한다”고 주먹을 불끈 쥐었다. 그는 이어 “인공지능(AI)·빅데이터·전기차·드론·우주 등 주요 4차 산업혁명 기술에서 중국에 밀리는 현실에서 미중 패권 전쟁을 반도체 메모리, 배터리, 조선 분야 등에서 격차를 벌릴 수 있는 천금 같은 기회로 삼아야 한다”고 역설했다.

고광본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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