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가 12일 전원회의를 열고 HMM(옛 현대상선) 등 23개 국내외 해운사의 운임 담합 사건에 대한 제재 여부와 수위를 결정했다. 앞서 공정위 심의관은 최대 8,000억 원 규모의 과징금을 명시한 심사 보고서(검찰 공소장 격)를 각 사에 발송했다. 다만 전원회의 결론은 이달 중 공식 발표할 예정이다.
이번 사건은 지난 2018년 목재 수입 업계가 ‘국내 해운사들이 동남아시아 항로 운임 가격을 일제히 올려 청구하는 등 담합을 한 것으로 의심된다’고 공정위에 신고하면서 시작됐다. 공정위 심사관이 외국 해운사로 대상을 넓혀 조사한 결과 총 23개 해운사가 2003~2018년 진행한 122건의 사전 협의가 법률상 요건을 갖추지 않은 불법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해운법 29조에 따르면 해운사는 운임, 선박 배치, 화물의 적재, 그 밖의 운송 조건에 관한 계약이나 공동행위를 할 수 있다. 다만 공동행위를 하려면 화주 단체와의 사전 협의, 해양수산부 신고, 자유로운 입·탈퇴 등의 요건을 충족해야 하며 그렇지 않을 경우 부당한 공동행위로 공정거래법을 적용받게 된다.
이에 공정위 심사관은 최대 8,000억 원(전체 매출액의 10% 적용 시) 규모의 과징금 부과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담은 심사 보고서를 지난해 5월 각 사에 발송했다. 일부 해운사에 대해서는 검찰 고발 의견도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해운업계는 요건을 충족한 정당한 공동행위였다며 반발하고 있다. 한국해운조합은 11일 성명을 내고 “공정위가 국적 해운사에 과도한 과징금을 부과하면 제2의 한진해운 사태로 이어질 수 있다”며 “위기에 내몰리는 해운 산업 지원을 위해 과징금 부과를 재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양측의 갈등은 국회로 번지기도 했다.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는 해운법에 따른 공동행위에 공정거래법을 적용하지 않도록 하는 해운법 개정안을 추진하며 심의를 종결하라고 공정위를 압박했으나 공정위는 ‘원칙대로 처리한다’는 방침을 굽히지 않았다.
다만 1심에 해당하는 공정위 전원회의는 심사 보고서에 담긴 8,000억 원 규모의 과징금보다 낮은 수준의 제재를 부과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조성욱 공정거래위원장은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전원회의는 담합한 기업이 얻은 이익과 부담 능력, 산업구조 문제 등을 종합적으로 고민해서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