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을 대규모로 샀다 팔았던 '슈퍼개미'와 동일인인 것으로 확인됐다.
12일 금융 당국 등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11일 한국거래소 공시 시스템에 개인투자자 1명이 엔씨소프트 주식 70만 3,325주를 매수하고 21만 933주를 매도했다는 공시가 올라와 화제였다. 당시 순매수 금액만 3,000억 원대에 달한다.
이 씨의 투자는 엔씨소프트가 대체불가토큰(NFT) 사업 진출을 선언한 날 이뤄졌다. 엔씨소프트 주가는 상한가로 치솟아 78만 6,000원에 마감했다. 그러나 이후 2거래일 만에 주가가 16%나 하락하며 66만 원대로 떨어지자 이 씨는 11월 15일 엔씨소프트 주식 53만 주를 순매도하며 ‘손절’에 나섰다. 이 씨는 결국 손해를 봤다. 당시 증권가에서는 한 슈퍼개미가 NFT 사업 진출에 따른 주가 상승을 기대하며 투자에 나섰지만 정작 주가가 급락하자 다급히 발을 뺐다는 얘기가 돌았다.
금융 당국은 개인 계좌에서 엔씨소프트 주식 대량 매매가 이뤄진 점을 수상하게 여겨 모니터링에 착수했다. 당시 개인 정보를 확인할 수는 없었지만 최근 계좌 소유자가 엔씨소프트에 앞서 지난해 10월 1,430억 원 상당의 동진쎄미켐 주식을 사들인 이 씨와 동일인인 점을 확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씨가 엔씨소프트에 3,000억 원 규모의 주식 투자를 할 수 있었던 것은 전문 투자자에게 허용된 차액결제거래(CFD)를 활용했기 때문이라는 게 금융 당국의 판단이다. 금융 당국 관계자는 “당시 동진쎄미켐 주식을 대량 매매해 평가 손실을 본 것으로 추정되는 경기도 파주의 1977년생 슈퍼개미와 이 씨가 동일인임을 확인했다”며 “CFD를 통해 횡령액보다 많은 주식 투자가 가능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미 동진쎄미캠 투자로 거액의 손실을 낸 이 씨는 CFD를 활용해 남은 자금을 증거금으로 삼아 실제 가진 돈보다 최대 2.5배 많은 금액을 투자할 수 있었다.
이처럼 이 씨가 동진쎄미캠에 이어 엔씨소프트까지 연이은 투자 실패로 횡령한 돈을 메우기가 어려워지자 남은 돈을 금괴로 바꿔 도주를 준비했다는 것이 금융 당국의 관측이다.
한편 금융 당국은 현재까지 작전 세력 등이 가담한 조직적인 불공정 거래 정황은 포착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