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국내증시

외인·기관 올 '순매수 톱10' 8% 수익 '쏠쏠'…개인은 -12% '씁쓸'

[연초 투자주체 성적표 보니]

기관·외인, 경기민감주 사들여

개인은 카카오 등 성장주만 선호





새해에도 ‘박스피’를 벗어나지 못하는 가운데 외국인과 기관은 쏠쏠한 재미를 봤지만 ‘동학개미’는 홀로 부진한 수익률에 눈물을 흘리고 있다. 조정 국면에서 기관과 외국인들은 현재 기업의 실적보다는 미래 성장성에 더 무게를 두고 투자하는 ‘성장주’ 매물을 줄기차게 쏟아내고 경기민감주나 금융주를 담았다. 반면 개인은 기관이 팔아치운 성장주 매물을 받아냈다. 미국의 조기 긴축 움직임, 금리 인상 등 대내외 악재가 본격화하며 예측하기 힘든 장세가 펼쳐지자 정보 접근성과 리스크 관리 노하우가 부족한 개인들의 약점이 더욱 드러났다는 분석도 나온다.



1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새해 들어 증시 변동성이 커진 가운데 투자 주체별 성적표가 극명하게 갈리고 있다. 올해(1월 3~13일) 개인 순매수 상위 10개 종목의 평균 수익률은 -12.4%였다. 외국인이 순매수한 상위 10개 종목의 평균 수익률은 8.78%, 기관투자가의 수익률도 8.32%로 높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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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의 성적이 나빴던 것은 강세장이 저물고 지수가 횡보하는 상황에서도 성장주에 투자하는 기존 전략을 고집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카카오(035720)와 네이버(NAVER(035420))·카카오뱅크·크래프톤(259960) 등 플랫폼·엔터테인먼트 성장주를 비롯해 삼성전자(005930)·LG생활건강(051900) 등 대형주에 돈이 몰렸다. 이들 종목은 하나도 빠짐없이 주가가 떨어졌다. 현금 흐름이 상대적으로 멀리 있는 성장주는 금리 인상에 따라 할인율이 커지면서 부정적인 영향을 받는다. 성종화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금리 인상에 따른 성장주 밸류에이션 할인 요인이 작용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올해 개인들이 사들인 종목의 공통점은 대부분 기관이나 외국인들이 팔아치운 주식이라는 것이다. 카카오와 네이버·카카오뱅크·LG생활건강·크래프톤의 경우다. 거꾸로 개미가 팔았던 현대글로비스(086280)·SK이노베이션(096770)·포스코(POSCO(005490)) 등의 종목들은 외국인과 기관의 매수 상위 종목에 포함됐다. 이들 종목은 각각 올해 들어 1.4%, 7.4%, 9.4% 올랐다. 개미가 사면 떨어지고 팔면 오르는 현상이 재연된 것이다.

새해 들어 매도 물량을 6조 원이나 쏟아냈던 기관은 특히 올해 실적 개선을 예상하고 있는 정유·화학·조선·철강 등 ‘경기민감주’에 대한 투자를 늘렸다. 금리 상승에 발맞춰 KB금융·하나금융지주·우리금융지주와 같은 금융주도 담았다. 변화에 발 빠르게 대응한 것이다. 김재은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올해 전 세계적으로 가치주가 우위에 있는 환경이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면서 “코스피 영업이익 역시 수출 경기민감 가치주가 큰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개인과 ‘큰손’들의 투자 성과를 가르는 가장 큰 차이점으로 ‘리스크 관리 역량’을 꼽는다. 외국인과 기관의 고급 정보 접근성이나 같은 정보에 대한 분석력에서 뒤처지기 쉽다는 것이다. 증권 업계의 한 관계자는 “요즘같이 장세를 읽기 어렵고 변동성이 심할 때는 섣불리 ‘줍줍(저가 매수)’을 노리기보다는 외국인과 기관의 움직임을 참조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동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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