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당국의 전방위적인 대출 총량 규제와 금리 인상으로 지난해 12월 전 금융권의 가계 대출 증가 폭이 대폭 꺾였다. 은행에서 빌린 돈이 지난해 12월 기준으로 사상 처음 감소했다. 올해도 금융 당국이 일관된 가계 부채 관리를 강조하고 있어 ‘대출 빙하기’는 계속될 전망이다.
금융위원회·금융감독원은 이 같은 내용의 ‘2021년 12월 중 가계대출 동향’을 13일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전 금융권 가계 대출 증가 폭은 2,000억 원에 그치면서 전월(5조 9,000억 원)보다 크게 줄었다. 가계 대출이 감소한 지난해 5월을 제외하고 가장 적은 수준이다. 지난 12월 전 금융권 가계 대출 잔액의 전년 동월 대비 증가율은 7.1%다. 가계 대출 증가율이 지난해 7월 10%를 찍은 후 8~9월 9%대로 점차 줄더니 7%대로 내려왔다.
지난해 12월 대출 항목별로 보면 주택담보대출이 2조 6,000억 원 증가해 전월(3조 9,000억 원)보다 1조 3,000억 원 감소했다. 이는 지난해 주담대 증가 폭 중에서 가장 낮은 수준으로 주택 거래가 감소한 데서 비롯된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월별 전국 주택 매매 거래량은 지난해 11월 6만 7,000건으로 전달보다 8,000건가량 줄었다. 신용대출 외에 여타 대출은 연말 성과급 등의 영향으로 전달보다 2조 4,000억 원 줄어 감소세로 전환됐다.
업권별로 보면 지난달 은행권 가계 대출은 전달보다 2,000억 원 감소했다. 이날 한국은행이 발표한 ‘금융시장 동향’에 따르면 은행권의 가계 대출 감소는 12월 기준으로 2004년 통계 작성 이후 처음이다. 은행들이 신용대출을 대폭 제한한 것 외에도 기준금리 인상에 따른 대출금리 상승, 연말 상여금 유입 등으로 신용대출이 전달보다 2조 원가량 감소한 점이 주요 요인으로 꼽힌다. 주택 매매 관련 자금 수요가 줄면서 은행권의 주담대 증가 폭은 둔화했지만 전세대출 증가액은 11월(1조 7,000억 원)보다 1,000억 원가량 늘었다.
제2금융권의 가계 대출 증가액은 4,000억 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11월 3조 원을 기록한 점을 고려하면 증가 폭이 크게 축소된 것이다. 상호금융 주담대 증가액이 1조 7,000억 원에서 9,000억 원으로 반 토막 난 점이 영향을 미쳤다. 여신 전문 금융사의 카드 대출도 1,000억 원 감소에서 6,000억 원 감소로 감소 폭이 컸다.
가계 대출 증가세가 대폭 둔화된 것과 관련해 금융 당국은 안정세를 찾긴 했으나 지속적 관리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지난해 말 가계 대출 증가율(7.1%)이 명목성장률(6.2%)을 여전히 초과하는 수준이기 때문이다. 한국은행 역시 가계 대출 감소가 연말에 따른 일시적인 요인이 큰 만큼 디레버리징(부채 축소)에 들어가는 등 추세적으로 감소세를 이어나가기에는 어려울 것으로 내다봤다.
박성진 한은 시장총괄팀 차장은 “가계 대출 중 은행권 기준으로 75%가 주담대에서 발생하고 있고 신용대출 등 기타 대출은 변동성이 크기 때문에 추세적 흐름을 보려면 주담대 수요가 중요하다”며 “주택 거래 자체가 둔화된 흐름을 보이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연말 효과도 있어 단정적으로 보기 힘들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금융 당국은 이달부터 가계 대출액이 총 2억 원을 초과하는 경우 차주 단위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을 적용하는 등 가계 부채를 시스템적으로 관리하겠다는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