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주주대표소송, 기업 투자 의욕 훼손 …정치·이념적 주주권 행사는 부적절"

■서경 펠로·전문가 분석

장기적으로 국가경제에도 악영향

수탁위 권한 만큼 책임도 수반돼야






국민연금이 앞으로 적극적으로 주주대표소송을 제기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가운데 학계에서는 주주대표소송이 정부의 경영 간섭 수단으로 악용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또한 소송에서 국민연금이 졌을 경우 그 책임을 누가, 어떻게 질 것인지 명확하게 해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국민연금은 다음 달 중에 주주대표소송을 제기하는 주체를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로 일원화하고 소송에 적극 임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상태다.

이에 대해 상법과 경영학을 전공한 교수들은 과도한 주주권 행사를 통한 경영 간섭이 될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한석훈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국민연금이 주주권을 행사하는 기본 원칙은 장기적으로 보유 주식의 최대 이익을 꾀하는 데 있다”며 “대기업에 대한 규제와 같은 이념적·정치적 목적으로 주주권을 행사하는 것은 적절하지 못하다”고 말했다. 이어 한 교수는 “주주대표소송은 한 번 제기됐다는 것만으로도 주가가 떨어지고 피소 기업이 피해를 볼 수 있기 때문에 연금의 손익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지 잘 판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홍기용 인천대 경영학부 교수도 기관투자가로서 국민연금이 본질적 목적에 충실할 필요가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홍 교수는 “국민연금이 기업 경영에 대해 특정한 의도를 갖고 접근하는 것부터 문제”라며 “기금의 힘을 통해 기업 방향을 바꾸는 것이 아닌 이미 잘 하고 있는 기업에 투자해 국민의 노후 자금을 불리는 방향이 맞다”고 말했다.

그는 “주주대표소송이 결국 국가권력의 의도를 반영할 수 있다”며 “현재 경제성장의 기반이 민간에서 나온 성장 동력인데 주주대표소송 등이 민간 기업의 창의적 경영을 방해하는 요소가 돼 국가 경제에 나쁜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홍 교수는 또한 “국민연금이 해외 기업들에도 주주대표소송을 적극 추진할 계획인가”라고 되물으며 “국민 복지 차원에서 걷은 돈으로 투자하는 국민연금이 국내 기업에 한해 과도하게 영향을 끼치고 지배구조를 바꾸려 하는 것은 형평성 차원에서도 맞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정도진 중앙대 경영학부 교수는 “국민연금이 수탁위로 주주대표소송을 할 수 있는 권한과 제도를 확장했다는 것 자체가 기업 경영에 적극 개입하겠다는 신호로 읽힌다”고 짚었다. 정 교수는 “연금의 역할이 어디까지인가, 국민이 모아서 만든 자금을 보호한다는 이유로 기업 경영을 어디까지 간섭할 수 있는지 판단해야 한다”며 “아울러 수탁위가 주주대표소송을 제기할 수 있는 권한을 갖게 된다면 그 권한 행사에 대한 책임도 져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해외 연기금이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경영을 외면하는 기업에 투자를 하지 않는 사전적 예방을 위한 원칙과는 달리 이미 투자한 기업에 대한 경영 간섭으로 해석될 수 있어 전혀 다른 문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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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민 기자
noenemy@sedaily.com
전희윤 기자
heeyou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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