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외칼럼

[고전통해 세상 읽기]이직보원以直報怨 이덕보원以德報怨

신정근 성균관대 유학대학장

'올바름으로 원한을 갚으라'는 공자

'은혜로 원한을 갚으라'고 말한 노자

청소년범죄 대입땐 처벌 vs 보호 갈려

양극단 해법 대신 사회적 합의 모색을



요즘 심심찮게 ‘촉법소년’이란 말이 언론에 오르내리고 있다. 과거에는 주로 학교 내에서 일어나는 청소년의 학교 폭력이 논란이 됐다. 근래에 청소년 범죄가 학교의 범위를 벗어나 무인 매장의 상습 절도와 차량 파손에서부터 무면허 운전에 이은 교통사고, 성폭행을 비롯한 강력 범죄로 범위를 넓혀가고 있다.

청소년은 연령에 따라 처벌을 경감 받는 소년법 적용 대상이다. 만 10세 미만의 범법소년은 어떠한 처벌의 대상도 되지 않는다. 만 10~14세의 촉법소년은 보호처분을 받지만 형사처분의 대상은 아니다. 만 15~18세의 범죄 소년은 보호처분과 형사처분의 대상이 된다. 아울러 형량이 감경될 뿐만 아니라 가석방의 기회도 일찍 주어지고 보호처분 전과 기록이 남지 않는다.

이처럼 청소년 범죄에 대해 성인과 처분의 종류를 달리하고 감경 내용을 허용하는 이유는 그리 복잡하지 않다. 첫째, 청소년이 자신이 하는 일의 결과와 사리를 전체적으로 파악해 그 책임을 다 질 수 없다는 점이다. 일의 인과관계를 투철하게 파악하지 못할 수 있으므로 행위의 결과에 대해 온전히 책임을 물을 수 없다는 것이다.



둘째, 청소년은 지금까지 살아온 날보다 앞으로 살아갈 날이 많다. 이 때문에 청소년 시기의 범행이 앞으로 살아갈 많은 날에 짐으로 작용하지 않도록 보호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요약하면 소년법은 청소년이 사리 파악을 정확히 하지 못해서 지은 범죄에 대해 엄중한 책임을 묻기보다 재생의 기회를 줘서 보호하자는 취지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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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컨대 청소년이 배고픔을 참지 못해 식료품을 훔친다든지 사람을 밀쳐서 가벼운 부상을 입히는 경우라면 우리는 소년법의 처분과 감경에 대해 크게 이의를 제기하지 않을 수 있다. 근래에 청소년이 자신의 나이가 형사처분과 보호처분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의식하고 상습적이거나 강력한 사건을 일으키고 있다. 이 때문에 소년법을 개정해서 청소년 범죄에 대해 좀 더 무거운 처벌을 부과해야 한다는 여론이 많아지고 있다.

공자와 노자는 오늘날 소년법이나 촉법소년 등의 법률 용어를 몰랐을 것이다. 하지만 그들은 사람이 타인에게 피해를 줘서 원한을 살 경우 어떻게 해야 하는가를 두고 생각을 달리했다. 어떤 사람이 공자에게 “은혜로 원한을 갚을까요?”라고 물었다. 공자의 대답은 이랬다. “어떻게 은혜로 원한을 갚을 수 있겠는가. 올바름으로 원한을 갚고, 은혜로 은혜를 갚는다(혹왈.或曰, 이덕보원.以德報怨. 자왈.子曰, 하이보덕.何以報德. 이직보원.以直報怨, 이덕보덕.以德報德).”

노자는 공자와 생각이 달랐다. “원한을 은혜로 갚는다. 너무 쉽게 생각하면 반드시 어려움이 많다. 이 때문에 성인은 모든 일을 어렵게 여기므로 끝내 어려움을 겪지 않는다(보원이덕.報怨以德. 다역필다난.多易必多難. 시이성인유난지.是以聖人猶難之, 고종무난의.故終無難矣).”

오늘날 청소년 범죄에 대해 공자라면 “이직보원”의 논리를 제시하며 처벌 강화를 주장하고, 노자라면 “이덕보원” 또는 “보원이덕”의 논리를 제시하면서 여전히 감경과 보호를 주장할 듯하다. 공자는 청소년 범죄에 대해 감경과 보호라는 이차적인 고려보다 정의와 형평이라는 일차적 고려를 더 우선시하고자 한다. 반면 노자는 정의를 부르짖는 일이 쉬워 보일지라도 또 하나의 악순환에 빠질 수 있기 때문에 처음부터 어려운 “이덕보원” 또는 “보원이덕”에서 시작하자고 말한다.

오늘날 공자와 노자의 논리를 바탕으로 소년법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 청소년 범죄를 덮어놓고 성인과 같이 처벌하자며 ‘범죄’에 방점을 두거나 미성숙한 사람을 성인과 동일하게 처벌해서 안 된다며 ‘청소년’에 초점을 맞추면 해결의 실마리가 보이지 않는다. 청소년을 보호한다는 취지를 살리면서도 청소년이 자신의 나이를 명백하게 의식하고 악용하거나 고의적이며 상습적으로 범행할 경우 처분과 교화를 강화하는 방안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범행을 저지른 청소년을 보호하는 것만큼이나 피해를 입은 사람의 권리를 보장하는 일의 무게도 적지 않기 때문이다. 지금 마침 대선 기간인 만큼 이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활발하게 논의되기에 적절한 타이밍이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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