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증권이 올 해 기업공개(IPO) 주관 1위 자리를 연초에 예약할 만큼 IPO 시장을 휩쓸어 증권업계와 투자자들의 주목을 받게됐다. LG에너지솔루션의 기관 수요예측에서 1.5경(京)원의 천문학적 자금을 끌어모으며 대흥행의 주역이된 KB증권은 현대엔지니어링 등 이어지는 상반기 IPO 대어들의 상장 주관사도 싹쓸이했다. IPO업계의 전통적 강자인 미래에셋증권(006800)과 NH투자증권(005940)이 추격전을 벌이고 있지만 이변이 없는 한 올 해 KB증권이 처음으로 IPO 주관 왕좌에 오를 것이 확실시 된다.
16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KB증권은 LG엔솔에 이어 현대엔지니어링·현대오일뱅크·원스토어·더블유씨피(WCP) 등의 대표 상장 주관사를 맡아 이들 기업을 상반기 내 증시에 입성시킬 계획이다. 당장 18~19일 LG엔솔의 일반 청약이 끝나자마자 KB증권은 기업 가치가 6조 원을 넘는 현대엔지니어링의 상장 작업에 주력할 계획이다. KB증권은 벌써 1월 25~26일 진행될 현대엔지니어링의 수요예측을 앞두고 국내 기관들을 폭넓게 접촉하며 뭉칫돈을 끌어모으고 있다.
KB증권은 2월 초 현대엔지니어링 상장을 마치면 SK스퀘어의 핵심 자회사인 원스토어와 몸값 10조 원을 자랑하는 현대오일뱅크 IPO를 본격화한다. 이들 회사는 지난해 11월과 12월 각각 상장 예비 심사를 청구해 2월을 전후로 거래소의 심사 결과가 나올 예정이다. 올 해 실적에 따라 기업가치가 4~5조 원에 이를 것으로 분석되는 전기차 배터리 소재업체인 WCP 상장 심사는 KB증권이 내달 제출할 것으로 확인됐다.
조(兆) 단위 기업 5곳을 상반기에만 증시에 올릴 가능성이 높아진 KB증권은 올 해 창사 후 처음 IPO 주관 1위 증권사 타이틀을 차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IPO 명가인 미래에셋증권이 현대엔지니어링과 SSG, 쏘카 등을, NH투자증권이 현대오일뱅크와 마켓컬리, SK쉴더스 등의 대표 주관을 맡았지만 연초부터 KB증권과 격차가 너무 커진 때문이다.
지난해만 해도 블룸버그 기준 IPO 주관 실적은 미래에셋이 22곳을 대표해 6조 7,367억 원의 공모 자금을 끌어 모으며 1위를 했고, NH투자증권은 16곳의 대표 주관사로 2조 9,808억 원을 조달하며 2위에 올랐다. KB증권은 카카오뱅크 등 9곳을 주관해 1조 5,671억 원의 자금을 기업에 공급하며 7위에 그쳤다.
하지만 윤종규 KB금융(105560)지주 회장이 2~3년전부터 꾸준히 ‘채권 발행(DCM)’ 1위에 이어 ‘주식발행(ECM)’ 실적도 1위를 주문하며 물심 양면으로 지원을 늘리자 KB증권이 마침내 IPO 왕좌를 눈 앞에 뒀다는 분석이다. 윤 회장은 IB전문가인 김성현 KB증권 대표를 발탁해 수년간 힘을 실어줬고, 김 대표도 이에 부응하려 절치부심했다는 후문이다. 김 대표는 인적 네크워크와 전문성이 높은 박성원 IB영업총괄 부사장과 심재송 IB1총괄본부장 등이 기업들과 관계를 깊게 쌓을 수 있게 믿고 맡기면서도 어려울 때 지원 사격을 아끼지 않았다.
증권업계의 한 관계자는 “KB증권이 IPO 업계 최강자로 기업 금융을 장악하게된 측면도 있지만 일반 청약에 몰리는 개인들의 관심에 소매 영업 지배력까지 강화하게 됐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