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주점·식당 자영업자들이 직격탄을 맞자 주류 도매 업계도 뼈를 깎는 구조조정을 하고 있다. 코로나19로 경영 환경이 악화하자 주류도매 기업들이 흡수합병과 인력 구조조정, 디지털화 등으로 위기 극복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16일 주류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말 서울의 주류 도매기업인 두리주류는 또 다른 주류도매 기업 일호물산의 일부 영업망을 인수했다. 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가 2년 가까이 이어지면서 난립하던 주류 도매 업계의 영업력이 크게 떨어지면서 경쟁력 강화와 영업망 통합을 위해 물밑에서 합종연횡을 이어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코로나19 사태 시작 이후 정부의 규제가 술을 파는 주점이나 음식점에 집중되면서 주류 도매 업계 어려움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실제 KB경영연구소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국내 자영업자는 1년 사이 1.7%(11만명) 감소했는데 이중 간이주점, 호프·주점이 각각 15.3%, 12.1% 가량 크게 줄어들었다.
특히 코로나19 장기화로 소비자들이 주점이나 식당보다는 집 안에서 음주를 하는 일이 더 많아지고 있어 주류 도매상 입장에서는 갈수록 시장이 축소되고 있다. 대형마트 등 주류코너는 보통 하이트진로와 같은 주류 제조사들이 직접 납품한다.
주류 도매상의 최대 고객인 주점이 사라지고, 주점 내 술 판매가 크게 줄어들면서 주류 도매에 필요한 도매 면허 가격도 코로나19 전 대비 거의 반토막이 난 상황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코로나19 전만 해도 경기도 군포시내 주류 도매 면허 가격은 5~6억원 정도 했다"며 "하지만 코로나19가 1년이 넘어간 지난해 초 군포 내 한 도매 업체가 이전 시세보다 50% 가량 떨어진 3억원 가량에 면허를 양도하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매년 빠르게 성장하던 대형 주류 도매상 매출도 10여년 전 수준으로 곤두박질쳤다. 국내 대표 주류 도매기업인 대정의 코로나19 이후 1년 매출(2020년4월~2021년3월)은 전년 동기 대비 27% 가량 하락한 845억원을 기록했다. 대정이 800억원대 매출을 올린 것은 2014년 이후 처음이다. 서영주류나 세계주류 등 주요 대형 도매 기업들도 사정은 비슷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형 도매기업은 그나마 버틸 여력이 있지만 중소형 도매상들은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고용유지지원금을 받기 위해 뜻하지 않게 주4일제로 회사를 간신히 유지하는 곳도 많다”며 “술을 파는 자영업자는 영업제한 조치로 지원금을 받지만 이곳에 상품을 대는 주류도매상은 매출이 떨어져도 지원 대상에서 아예 배제돼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