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시론]모순에 빠진 부동산 공약

서진형 대한부동산학회 회장(경인여대 교수)

서진형 대한부동산학회 회장(경인여대 교수)서진형 대한부동산학회 회장(경인여대 교수)




최근 대선 후보들이 발표한 부동산 공약과 관련해 실현 가능성과 함께 공약이 바람직한 방향인지에 대한 논란이 일고 있다. 정책 뒤집기는 기본이고 포퓰리즘적 부동산 정책을 경쟁적으로 내놓고 있다. 부동산은 경제 문제다. 정치 구호나 인기 영합주의 주장으로 해결될 수 없다. 그럼에도 모든 대선 후보가 250만 가구 공급, 저렴한 주택 공급, 고밀 개발, 재건축·재개발 규제 완화 공약을 제시하고 있다. 그리고 부동산 투기 억제와 부동산 가격 안정을 이루겠다고 주장한다.



부동산 고밀 개발로 공급을 확대하지만 개발이익은 철저히 환수하겠다고 제시하고 있다. 명백한 자가당착이자 이율배반이다. 재건축·재개발 활성화와 개발이익 환수, 값싼 주택 공급과 세금 감면, 공급 확대와 부동산 가격 안정 등은 양날의 칼이다. 모든 국민에게 저렴한 주택을 공급하는 것은 엄청난 재정적 부담을 초래한다. 재정을 어떻게 마련할지에 대한 공약이 선행돼야 한다. 국가 재정 상황을 고려하면서 주거 취약 계층의 주거 부담 비용을 줄일 방안이 무엇인지 장기적 측면에서 깊이 있게 논의한 뒤 제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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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후보가 시장 중심적 정책을 제시하고 있지만 그 가운데 반시장적 정책의 당위성을 설파한 여당 후보의 변신은 놀랍다. 현 정부와 차별화에 나선 여권 후보의 경우 표를 얻기 위한 인기 영합주의적 접근인지, 잘못된 정책을 개선하려는 정체성의 변화인지에 대한 의문도 있다.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 실패는 근본적으로 공급 부족에 기인한 측면이 있다는 판단으로 대선 후보들은 250만 가구 공급을 천명하고 있다. 언제, 어디에, 어떻게 공급하겠다는 구체적인 방안은 없다. 누가 당선되더라도 현실적으로 임기 내 이 많은 주택을 공급하는 것은 상식적으로 불가능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불가능한 공약을 남발해 유권자들을 현혹하는 측면이 있다.

여권 후보는 재건축이 어려운 지역을 방문해 표를 의식한 나머지 용적률을 500% 상향할 수 있는 4종 일반주거지역 신설을 제시하고 기타 지역의 표를 의식해 재건축으로 과도한 개발이익이 발생하는 사업 구역을 적절한 공공 환수를 통해 지역사회에 환원되도록 하겠다고 한다. 개발은 하되 이익을 환수하겠다면 민간은 개발에 참여할 필요가 없다. 재건축아파트 주민의 표도 얻고 민심도 사려는 전략이다. 대표적으로 분당신도시·일산신도시·노원 지역은 제3종 일반주거지역으로 법에 규정된 용적률 300%가 적용된다. 재건축을 하더라도 추가 용적률이 없기 때문에 리모델링을 통한 주거 환경 개선을 시도하고 있다. 그런데 법으로 종상향해 용적률을 높이면 재건축은 활성화되겠지만 지역 지정 시 공공 환수는 이뤄지기 어렵다. 공공 환수는 현행법에 정해진 용적률에 인센티브를 주면 거기서 일정 부분을 공공으로 환수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분당신도시 등은 계획도시다. 계획된 인구수와 가구 수 등을 기준으로 도로·학교 등 사회 기반 시설을 갖추고 있다. 그런데 단순히 용적률만 높이면 난개발과 주거 환경 악화를 초래할 수 있다. 이러한 신도시는 도시 전체에 대한 지구 단위 계획으로 통합적 재건축이 이뤄져야만 쾌적한 주거 환경을 유지할 수 있을 것이다.

결론적으로 부동산 관련 대선 공약들은 표를 의식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국가 공간 구조에 대한 비전을 제시하고 국민들의 주거 환경을 개선하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할 것이다. 그리고 장기적인 공급 계획과 주거 복지의 로드맵을 구축하겠다는 공약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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