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연말 상장지수펀드(ETF) 가운데 최대 수익률 47%를 내며 1~3위 자리를 휩쓴 게임 테마 ETF가 연초부터 급락세로 돌변해 투자자들을 당혹스럽게 하고 있다. 지난해 4분기 실적이 시장 예상과 달리 ‘어닝 쇼크’가 될 것이라는 전망과 성장 동력으로 기대를 모았던 ‘P2E(Play to Earn)’ 서비스의 불확실성 우려 등 악재가 겹친 탓이다.
1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3일부터 14일까지 주가 하락률 상위 15위 가운데 게임 테마 ETF가 5종목이나 포진했다. 지난해 연말 수익률 47%로 1위에 올랐던 ‘TIGER K게임’ ETF는 14일 종가 기준 -16.86% 하락했다. 같은 기간 2위였던 ‘KBSTAR 게임테마’ ETF도 -16.55%, ‘KODEX 게임산업’은 -17.34%의 약세를 보였다.
수익 상승률 랭킹 1위(TIGER K게임)가 하락률 랭킹 8위로 떨어지는 것을 비롯해 상승률 랭킹 2위(KBSTAR 게임테마)에서 하락률 10위로, 상승률 3위(KODEX 게임산업)에서 하락률 7위로 추락했다. 여기에 또 다른 게임 ETF ‘HANARO Fn K-게임’도 -17.63%를 기록하며 하락률 랭킹 5위에, ‘TIGER KRX게임K-뉴딜’ 역시 -15.67% 약세를 보이며 하락률 12위에 올라서는 등 게임 관련 ETF가 하락률 상위권을 휩쓸었다.
게임 ETF가 부진한 이유는 크게 세 가지다. 우선 가장 큰 이유는 지난해 4분기 실적이 시장 기대를 밑도는 ‘어닝 쇼크’를 기록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당장 국내 게임 대장주인 크래프톤은 52주 최저가를 경신하며 주가를 끌어 내려 증권가는 게임주에 대한 올해 실적 추정치와 목표 주가를 하향했다. 안재민 NH투자증권 연구원은 “크래프톤의 신작이 초반 성과가 기대치에 미치지 못하면서 올해 실적 추정치를 하향했다”며 목표가를 70만 원에서 57만 원으로 내려 잡았다.
특히 지난해 게임주의 급성장 동력으로 주목받았던 P2E 시장에 관한 불확실성이 나오면서 게임주 전반에 대한 우려를 조장했다. 지난해 12월 게임물관리위원회는 게임을 통해 획득한 유무형의 결과물은 환전할 수 없다는 게임산업진흥법 제32조 1항 7조에 따라 P2E 모바일 게임 ‘무한돌파 삼국지 리버스’에 대해 등급 분류 취소 결정을 내렸다. 이 때문에 P2E 기반의 게임 서비스 시장이 규제의 발목에 잡혔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이소중 SK증권 연구원은 “최근 P2E 모바일 게임 ‘무한돌파 삼국지 리버스’에 대한 등급 분류 취소 결정이 내려져 P2E 국내 서비스 여부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졌다”고 했다. 미국의 조기 긴축 우려도 한몫했다. 최근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재차 조기 긴축 기조를 시사하면서 기술 성장주가 직격탄을 맞았다. 그 여파로 외국인과 기관이 게임·바이오·인터넷 업종을 중심으로 매도에 나서며 게임 주가 하락을 부추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