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정치일반

尹에서 安으로 3.52% 움직였다…트로이카로 재편된 대선 후반전[대선 D-50 설문조사]

[2022 대선 D-50 ① D-100 표심과 비교해보니]

■본지-한국선거학회 공동기획 Ⅱ-지지율 변화 따른 판세 분석

안철수, 비호감 양강구도 속 길 잃은 중도·보수 흡수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 후보가 17일 국회에서 열린 중앙선거대책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권욱 기자안철수 국민의당 대선 후보가 17일 국회에서 열린 중앙선거대책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권욱 기자




대선 100일 전부터 50일 동안 여론의 추이는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 후보의 부상으로 요약됐다. 선거대책위원회 개편을 둘러싼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와 이준석 대표 간 내홍이 극적으로 봉합된 뒤 국민의힘이 전열을 정비하고 있지만 여전히 안 후보의 기세가 꺾이지 않는 양상이다. 안 후보는 윤 후보에서 이동한 보수층뿐만 아니라 중도층까지 흡수하고 있어 남은 50일간 대선 레이스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와 윤 후보, 안 후보 간 ‘트로이카’ 구도가 굳어질 것으로 보인다. 서울경제와 한국선거학회가 공동으로 실시한 대선 100일 전(21년 11월 29일) 1차 여론조사 이후 50일간 구체적인 표심 경로 변화를 살펴봤다.



1차 조사에서 3.7%의 지지율을 기록한 안 후보는 2차 조사에서 11.5%로 수직 상승했다. 특히 2차 조사에서 안 후보 지지로 유입된 그룹은 ‘지지 후보 없음’ 등의 유보 입장을 보이는 무당층이 3.94%로 가장 많았다. 그 뒤를 윤 후보 지지 그룹이 3.57%, 심상정 정의당 후보 0.53%, 이 후보 0.37% 순이었다. 지난해 말 당내 극심한 내홍에 시달린 국민의힘과 윤 후보에게 실망한 유권자가 실제로 안 후보로 지지 후보를 교체한 것이다. 무엇보다 비호감 대선이 치러지며 표심을 결정하지 못한 무당층의 이동이 크다는 점은 윤 후보가 반등에 성공하더라도 안 후보 지지율이 쉽사리 꺼지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하고 있다.

그동안 안 후보 지지율 상승을 샘플과 조사 방식이 상이한 여론조사를 가지고 단순 비교한 것과 달리 서울경제·한국선거학회 여론조사는 패널조사를 통해 처음으로 지지 이동 현황을 분석했다. 패널조사는 일반 여론조사와 달리 처음 설문에 응답한 사람들에게 이후 조사에서도 반복 질문을 할 수 있다. 유권자의 인식 변화를 정확하게 분석할 수 있다고 평가받는 이유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지난 16일 서울 영등포구 대하빌딩에서 열린 국민의힘 여성지방의원 임명장 수여식에서 발언하고 있다. /권욱 기자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지난 16일 서울 영등포구 대하빌딩에서 열린 국민의힘 여성지방의원 임명장 수여식에서 발언하고 있다. /권욱 기자



안 후보에게 이동한 지지층은 역시 윤 후보 지지층에서 크게 움직이며 지지율 변동을 가져왔다. 윤 후보는 1차에서 27.4%, 2차 21.6%(1차 조사 1,800명 응답자 중 2차 조사에 응답한 1,344명을 기준으로 재조정)를 기록해 지자 이탈이 뚜렷하게 나타났다. 안 후보 지지로 이동한 그룹이 3.52%였고 무당층으로 흘러간 지지자도 4.35%에 달했다. 윤 후보에 대한 지지를 철회한 이유로는 후보의 공약 불호와 불신이 32.1%로 가장 높았고 다른 후보의 공약이 더 마음에 들었다는 응답도 31.6%로 높았다. 배우자 김건희 씨 등 가족 문제(17.9%)는 예상과 달리 지지 철회의 결정적 문제가 되지 않았다. 선거학회는 윤 후보의 경우 가족 리스크나 후보 자질 문제보다 공약·정책 이슈가 앞으로 후보 지지 여부에 가늠자가 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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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17일 서울 강서구 이화여대 서울병원 보구녀관에서 열린 청년 간호사들과 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17일 서울 강서구 이화여대 서울병원 보구녀관에서 열린 청년 간호사들과 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 후보의 경우 1차 조사에서 29.2%, 2차 조사에는 31.7% 지지를 받았다. 다만 1·2차 모두 이 후보를 지지한 응답자는 27%로 나타났다. 이 후보는 무당층 등의 지지율을 끌어와 2차 조사에서 지지율이 상승했지만 1차 조사에서 지지를 보낸 유권자가 2차 조사에서는 지지를 철회했다는 얘기다. 지지 이탈자들의 이동 경로도 안 후보(0.40%)로 이동했다. 다만 이 후보 지지를 철회한 뒤 다른 후보를 선택하기보다는 2.19%를 기록한 무당층으로 다시 재편되는 양상을 보였다. 그럼에도 이 후보가 1차 보다 2차 조사에서 지지율이 상승한 것은 1차 조사 무당층 가운데 4.31%가 이 후보를 지지하면서 나타난 결과였다.

이 후보에 대한 지지 철회는 윤 후보와 달리 후보 개인의 자질 문제가 52.6%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 성남시장과 경기도지사 시절 공약 이행률 등의 성과를 앞세워 지지를 호소하는 이 후보로서는 의외의 결과였다.

신현기 가톨릭대 교수는 최근 이 후보가 윤 후보를 겨냥해 ‘군대 안 갔다온 인간들이 멸공·북진통일 주장’이라고 했던 발언을 예로 들며 “유권자는 후보의 말과 행동·태도 등을 보고 후보의 개인 자질로 판단하는 경향이 강하다”며 “최근 윤 후보를 겨냥한 이 후보의 강한 발언들이 오히려 자질 문제를 부각시킨 것”이라고 해석했다.

한편 이번 조사는 서울경제·한국선거학회가 엠브레인퍼블릭에 의뢰해 지난 11~13일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344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2차패널 조사 결과(표본 오차는 95% 신뢰수준에 ±2.7%포인트)로 웹 조사 응답률은 94.1%였다. 1차패널 조사는 지난해 11월 16~18일 전국 만 18세 이상 남여 1,800명을 대상으로 실시했다. (2021년 10월 말 기준 주민등록인구현황에 따라 성·연령·지역별 인구구성비에 맞게 무작위 추출)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된다.


송종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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