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로크 거장 카라바조의 천장화를 품은 이탈리아 로마의 바로크풍 저택이 경매에 나온다.
일간 '라 레푸블리카'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로마 도심에 있는 빌라 루도비시가 18일(현지시간) 경매에 부쳐진다. 시작가는 3억5,300만 유로(약 4,808억 원)다.
1570년 건립된 이 저택은 2,800㎡(약 847평) 규모로 십자가 모양의 4층짜리 건물 한 채와 넓은 정원으로 이뤄져 있다.
지금까지 통용되는 태양력을 제정한 그레고리오 13세(재위 1572∼1585)와 그레고리오 15세(재위 1621∼1623) 등 교황 2명을 배출한 루도비시 가문이 1621년부터 소유해온 것으로 전해졌다.
원래는 루도비시 가문의 사냥용 별장이었던 이 저택이 유명해진 것은 이탈리아 초기 바로크의 대표 화가로 꼽히는 카라바조의 천장화 때문이다. 카라바조가 남긴 유일의 천장화로 그가 20대 후반 때 그린 것으로 알려져있다.
이탈리아의 천문학자인 갈릴레오 갈릴레이, 독일의 대문호 요한 볼프강 폰 괴테 등도 이 저택에서 머문 적이 있다고 한다. 이 문화유산은 후손들 간의 유산 상속 분쟁으로 경매에 나오는 운명을 맞았다. 저택을 소유한 루도비시 가문의 마지막 후손인 니콜로 본콤파니 루도비시가 2018년 사망하자 첫째 부인 사이에서 낳은 아들 세 명과 그의 셋째 부인 사이에 상속 분쟁이 점화했고 법원이 그 해결책으로 경매 분할 방식을 택한 것이다.
법원의 감정가액은 4억7,100만 유로(약 5,598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는 카라바조 천장화 가치가 약 3억1,000만 유로(약 4,222억 원)로 큰 비중을 차지한다.
빌라 루도비시의 운명이 걸린 이번 경매에 대한 로마 현지 문화예술계의 관심은 뜨겁다. 시민사회를 중심으로 정부가 문화재급 가치를 지닌 이 건물을 사들여 복원·보존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온라인에는 이미 빌라 루도비시의 국유화를 요구하는 청원사이트가 등장해 3만8,000여 명의 서명을 받았다.
이들은 유럽연합(EU)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위기 극복을 위해 회원국에 제공하는 1,915억 유로(약 260조8,134억 원) 규모의 '회복기금'을 활용해 정부가 이를 매입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와 관련해 라 레푸블리카는 다리오 프란체스키니 문화장관이 마리오 드라기 총리와 다니엘레 프란코 재무장관에게 각각 서한을 보내 빌라 루도비시 매입 가능성을 타진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