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 분양 시장에서 미계약이 잇달아 발생하고 무순위 청약에서도 미분양이 속출하는 등 이상 신호가 감지되고 있다. 주택 건설 업체들의 분양 경기 전망도 악화하고 전국의 미분양 주택 물량도 최근 2개월 연속 증가했다. 전문가들은 올해 분양 시장이 지역별로 희비가 갈릴 가능성이 큰 만큼 입지를 신중히 따져 청약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18일 한국부동산원 청약홈에 따르면 지난 17일 무순위 청약을 받은 부산 사하구 하단동 ‘사하 삼정그린코아 더시티’는 총 7개 주택형 가운데 5개가 미달됐다. 총 122가구 모집에 122명이 지원했는데 일부 주택형으로 청약 인원이 몰리며 총 41가구는 주인을 찾지 못했다. 이 단지는 지난해 12월 본청약에서 전 주택형이 마감됐지만 이후 당첨자 미계약과 부적격자 당첨 취소 등으로 총 공급 물량(특별공급 포함) 216가구의 절반이 넘는 122가구가 무순위 물량으로 나온 것이다.
같은 날 충남 천안시에서 진행한 ‘천안 극동스타클래스 더퍼스트’ 무순위 청약에서도 4개 주택형 가운데 2개 주택형이 미달됐다. 이 단지 역시 지난해 12월 본청약에서는 393가구 모집에 1,995개 통장이 몰려 흥행에 성공한 바 있다. 하지만 이후 미계약분과 당첨 취소 건이 생겼고 무순위 청약을 진행했지만 20가구 미달이 발생했다.
오피스텔 청약 시장도 비슷한 상황이다. 대전 서구 용문동 ‘대전 씨엘리오 스위첸’은 최근 입주자 추가 모집공고를 냈다. 지난해 12월 진행한 청약에서 98실 모집에 7,068명이 몰려 평균 경쟁률 72.1 대 1을 기록했지만 당첨자들이 계약을 하지 않은 것이다. 단지 시행을 담당한 A부동산신탁에 따르면 초기 당첨자의 50%가량이 계약을 진행하지 않았으며 현재까지 전체 가구 수의 20%가량이 잔여 호실로 남아 있다.
청약 시장에서 찬바람이 부는 상황은 통계로도 확인된다. 국토교통부 미분양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전국 미분양 주택 수는 1만 4,094가구를 기록해 전달인 10월(1만 4,075가구)에 이어 2개월 연속 증가했다. 전국 미분양 주택 물량이 늘어난 것은 2019년 3월 이래로 2년 8개월 만이다.
시장에서 이상 신호가 감지되자 건설 업체들의 시장 전망도 부정적으로 변하고 있다. 이날 주택산업연구원에 따르면 이달 전국 분양경기실사지수(HSSI) 전망치는 지난해 12월 대비 13.8% 급락한 76.2를 기록했다. HSSI는 주택산업연구원이 전국의 주택사업자를 대상으로 분양 경기에 대한 인식을 조사하는 지표로 기준선(100.0)을 밑돌면 주택 사업 전망을 부정적으로 본 사업자가 반을 넘겼다는 뜻이 된다.
서진형 대한부동산학회장(경인여대 경영학과 교수)은 “올해 청약 시장은 수도권 도심 지역에서는 지난해와 같이 호조를 이어가겠지만 공급이 몰려 있는 일부 지방 지역을 위주로 미분양이 나는 등 양극화가 진행될 것”이라며 “수요자 입장에서는 입지와 대출 여건을 꼼꼼히 따져 청약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