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호화폐 채굴 3위 국가인 러시아의 중앙은행이 암호화폐 거래와 채굴 모두를 전면 금지해야 한다고 자국 정부에 권고했다. 또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는 현물 비트코인 상장지수펀드(ETF) 출시 승인을 거절했다.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공세적인 긴축 행보가 예상되면서 암호화폐 시장의 투자 심리가 차갑게 식고 있는 가운데 연거푸 악재가 터졌다.
20일(현지 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러시아 중앙은행은 이날 암호화폐 전면 금지의 필요성을 담은 보고서를 공개했다. 보고서는 암호화폐를 ‘금융 피라미드 사기’와 유사하다고 규정했다. 또 “암호화폐는 ‘통화 주권’을 훼손하고 채굴의 경우 다량의 전기를 소모하는 만큼 에너지 공급과 친환경 전환 모두를 위태롭게 한다”고 했다. 블룸버그는 중앙은행의 권고이니만큼 러시아 정부가 받아들일 가능성이 높다고 예상했다.
러시아는 현재도 암호화폐를 결제 수단으로 인정하지 않지만 거래 자체가 불법은 아니다. 암호화폐의 연간 거래 규모만 50억 달러(약 6조 원)에 이른다. 특히 채굴량의 11%를 차지하는 러시아는 미국(35.4%)과 카자흐스탄(18.1%)에 이어 3위 채굴국이다. 이렇듯 영향력이 상당한 러시아에서 암호화폐가 전면 금지되면 파장이 클 것으로 전망된다.
이전 최대 채굴국이었던 중국이 지난해 9월 암호화폐 거래와 채굴 등을 전면 금지한 데 이어 에너지 공급난을 겪고 있는 발칸반도의 코소보와 이란은 전력 소모가 크다는 이유로 자국 내 암호화폐 채굴을 일시적으로 금지하는 등 암호화폐 규제는 점차 확산하고 있다.
세계 금융 중심지인 미국의 SEC도 암호화폐를 여전히 못 미더워하는 분위기다. SEC는 자산운용사인 ‘퍼스트 트러스트 스카이브리지’가 제출한 현물 비트코인 ETF에 퇴짜를 놓았다. SEC가 선물 기반 ETF에 대해 몇 차례 승인한 바 있지만 지나친 가격 변동을 이유로 현물 ETF 출시에는 부정적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월가에서는 비트코인이 올해 3만 달러까지 하락할 수 있다는 전망이 제기되고 있다. 21일 암호화폐 대장주 격인 비트코인이 지난해 8월 이후 5개월여 만에 4만 달러 아래로 떨어진 것도 이런 전망과 무관하지 않다. 증시가 좋을 때만 해도 암호화폐는 인플레이션 회피 수단으로 각광받았지만 이제는 고위험 자산에 방점이 찍히면서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는 지적이 우세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