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생활

착한가격 안 먹히네…골프웨어 '프리미엄' 바람

골프웨어 가격 올려도 수요 몰려

업계 중저가 전략서 고급화 선회

피레티, 3월 골프웨어 시장 진출

PXG·지포어처럼 초고가 내세워

20년 넘은 '핑'도 브랜드 리뉴얼

FCG코리아의 하이엔드 골프웨어 브랜드 피레티. /사진=FCG코리아FCG코리아의 하이엔드 골프웨어 브랜드 피레티. /사진=FCG코리아




# 초보 골퍼 박모(34)씨는 새해 자신에게 30만원 대 고가 골프 티셔츠를 셀프로 선물했다. 봄 시즌을 앞두고 필드에 나갈 일이 많아질 것을 대비한 선택이다. 박 씨는 "처음엔 아디다스, 나이키 골프웨어 한 두벌로 시작했지만 시선을 의식해 점점 더 고가 브랜드를 선택하게 된다"고 말했다.



골프의류 업계가 성수기를 앞두고 초고가 전략을 취하고 있다. 국내 골프인구가 늘어나면서 경쟁이 치열해진 가운데 애매한 중저가 전략으로는 살아남을 수 없다는 판단이다. 주요 타깃층은 의류와 장비에 더 많은 돈을 투자하는 초보 골퍼다. 가성비로 승부하던 전통 골프의류 업체마저 초고가 경쟁에 뛰어들면서 소비자들의 부담은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24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세계 3대 퍼터 중 하나로 꼽히는 피레티는 오는 3월 강남 도산대로에 플래그십 스토어를 내고 골프웨어 시장에 진출한다. 도산대로는 PXG와 타이틀리스트, 사우스케이프, 지포어 등 하이엔드급 골프웨어 단독 매장이 몰려있는 곳이다. 피레티 관계자는 "초고가를 콘셉트로, 하이엔드급 골프웨어를 국내에서 선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퍼터 제조사인 피레티 이름으로 어패럴이 출시되는 건 전 세계에서 한국이 최초다. 그만큼 국내 하이엔드급 골프웨어 수요가 탄탄하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피레티의 국내 상표권을 사들인 곳은 K2 골프의류 계열사인 와이드앵글이다. 와이드앵글은 지난해 5월 피레티 운영권을 확보하며 사명을 FCG코리아로 변경하며 대대적인 변화를 예고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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핑 2022 봄 시즌 컬렉션. / 사진=크리스에프엔씨핑 2022 봄 시즌 컬렉션. / 사진=크리스에프엔씨


와이드앵글은 국내 골프인구 증가에도 불구하고 부진한 실적을 기록하고 있다. 2020년 매출은 878억 원으로 전년(889억 원)대비 1.2% 감소했다. 영업이익도 53억 원에서 41억 원으로 줄었다. 까스텔바작, JDX 등과 경쟁이 치열해진 여파다. 앞으로는 중저가 와이드앵글보다 하이엔드급 피레티에 힘을 실어주며 골프웨어 시장 공략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크리스에프앤씨는 최근 골프웨어 브랜드 '핑'의 브랜드 리뉴얼을 진행했다. 1999년 론칭해 20년 이상이 흐른 만큼 새 전략이 필요하다는 판단이다. 특히 파리게이츠와 마스터바니에디션, 세인트앤드류스 등 보유하고 있는 고가 골프웨어와 비교해 성장세가 느린 것으로 알려졌다. 가격대도 높아졌다. 올 봄 시즌 여성 점퍼와 티셔츠는 각각 25만 원, 23만 원대로 예년보다 상대적으로 높게 책정됐다. 크리스에프앤씨 관계자는 "핑이 국내 골프웨어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고 있다는 판단에 따라 전략을 수정했다"며 "무리한 할인 정책도 지양할 것"이라고 말했다.

골프의류 업체가 초고가 전략을 택하는건 골퍼들의 씀씀이가 점점 더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DMC미디어가 발표한 '2021 골프웨어 소비행태 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최근 6개월 내 골프웨어를 구매한 소비자 590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를 진행한 결과 10명중 3명(31.9%)은 두 달에 한 번꼴로 골프웨어를 구매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구력이 1년 이하인 초보 골퍼는 1회 평균 구매비용이 31만 7,000원으로 전체 평균(28만 4,000원)보다 높은 것으로 집계됐다.

일각에서는 골프웨어도 명품처럼 '베블런 효과'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라는 해석도 나온다. 가격을 올리면 매출이 줄어드는 일반 패션 브랜드와 달리 명품과 골프웨어는 과시욕이나 허영심에 가격이 오르는데도 수요가 줄어들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신세계인터내셔날이 자체 온라인몰 에스아이빌리지에서 이달 10~16일 골프웨어 기획전을 진행한 결과, 목표보다 193% 초과한 매출을 달성했다. 프리미엄 골프웨어 브랜드 제이린드버그를 비롯해 마크앤로나, 신세계 골프샵, 글렌뮤어 등이 인기를 끌었다. 한 패션업계 관계자는 "과거 아웃도어처럼 소비자들이 많아질 수록 골프웨어 가격도 상향 평준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신미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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