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눈] 만기연장·상환유예 ‘출구전략’은 있나





“(대출 만기 연장, 이자 상환 유예 조치의) 기한까지 아직 시간이 남아 있는 만큼 종료 또는 연장 여부는 코로나19 방역 상황, 실물경제 여건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겠습니다.”



지난해 8월 중소기업·소상공인의 대출 만기 연장, 이자 상환 유예 조치의 종료를 앞두고 고승범 금융위원장이 후보자 시절 청문회에서 한 답변이다. 5개월여가 지났지만 지금 한 발언이라 해도 어색함이 느껴지지 않는다. 실제로 고 위원장은 최근 “3월 말에 종료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되 종료 시점까지의 코로나19 방역 상황, 금융권 건전성 모니터링 결과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결정하겠다”며 네 번째 연장 가능성을 열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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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위원장뿐만이 아니다. 앞서 은성수 전 금융위원장 역시 방역 및 실물경제 상황 등을 고려하겠다며 어김없이 ‘재연장’ 버튼을 눌렀다. 델타·오미크론 등 변이 바이러스가 확산했고 사회적 거리 두기가 나날이 강화됐으며 그로 인해 자영업자·소상공인의 자금난이 계속된 점이 근거였다.

코로나19 사태 초기만 해도 이 같은 결정은 유의미해 보였다. 코로나 사태가 종식될 1·2년간 정부의 지원을 받아 고비를 넘길 수만 있다면 개인뿐 아니라 국가 경제 측면에도 오히려 이익으로 보였다. 그러나 해가 갈수록 코로나 종식은 요원해졌다. 상황에 대한 진단이 바뀐 만큼 대책도 바뀌어야 하는데 금융 당국은 여론에 밀려 손쉬운 재연장 카드만 선택해온 셈이다.

그 사이 만기 연장, 상환 유예에 기댄 대출이 급증했다. 관련 조치를 처음 연장할 때만 해도 전체 지원 규모가 76조 원에 그치던 것이 지난해 11월 기준 272조 원으로 3배 이상 뛰었다. 다수의 금융기관에서 대출을 받으며 연명하는 차주들도 늘고 있다. 지난해 11월 말 개인사업자 중 3개 이상 금융기관에서 대출을 받은 다중 채무자는 2년 사이 2.1배 늘었다. 한국 경제에 더 큰 뇌관으로 작용할 소지가 크다.

지난해 9월 금융 지원 조치를 세 번째 연장할 때 당정은 3월까지 종료하고 질서 있는 정상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3월 조치의 종료 시한을 앞둔 지금 그간 추진한 질서 있는 정상화 방안은 무엇이었는지, 얼마나 시장에서 작동됐는지 묻고 싶다. 더 이상 부실 위험이 과도하게 누적되는 선택은 지양해야 한다.


김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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