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최대 증거금’을 모은 LG에너지솔루션(373220)이 상장 첫날 외국인의 매도 폭탄에 시초가 대비 15% 떨어지며 아쉬운 데뷔전을 마쳤다. 공모가 대비로는 높은 수익률을 기록했지만 1조 5000억 원에 달하는 외국인투자가의 매도 폭탄에 ‘따상(시초가가 공모가 2배로 정해진 후 상한가)’에는 실패했다. 증권가에서는 금리 인상 압박으로 변동성이 커질 수 있지만 LG에너지솔루션의 주가가 당분간 코스피200 및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등 주요 지수 편입에 따른 패시브 자금 유입으로 강세를 보일 것으로 조심스럽게 관측하고 있다.
2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LG에너지솔루션은 이날 시초가 대비 15.41% 내린 50만 5000원에 장을 마감했다. 이날 종가 기준 시가총액은 118조 1700억 원으로 SK하이닉스(82조 6283억 원)를 제치고 코스피 시총 2위로 직행했다. 공모주 청약에 참여한 개인투자자도 공모가 대비 68% 오른 만큼 1주당 20만 원 이상의 수익을 본 것으로 추정된다. 주가는 공모가(30만 원) 대비 29만 7000원(99.00%) 상승한 59만 7000원에 거래를 시작한 뒤 이내 59만 8000원까지 올랐지만 외국인이 장 시작 30분 만에 5000억 원 넘는 물량을 쏟아내며 하락세로 급반전했다. 외국인과 개인은 이날 하루에만 각각 1조 4968억 원, 1조 4709억 원을 순매도하며 주가를 장중 45만 원까지 급락시켰다. 이에 맞서 기관과 연기금이 각각 3조 447억 원, 2조 1062억원을 대거 쓸어담으면서 주가는 하루 종일 롤러코스터 행보를 보였다.
낮은 외국인·기관투자가 의무 보유 확약 비율이 ‘따상’ 실패의 원인이라는 분석이 많다. 외국인투자가에게 배정된 물량 총 1285만 6250주 중 937만 7750주(72.9%)는 의무 보호 미확약으로 상장 전부터 외국인 매도 폭탄에 대한 우려가 컸다. 실제 외국인투자가가 이날 코스피에서 1조 6380억원을 순매도한 점을 고려하면 LG에너지솔루션에 대한 매도세가 얼마나 거셌는지 짐작할 수 있다.
공모가 기준 시총이 70조 2000억원에 달하는 LG에너지솔루션이 하루 만에 ‘따상’에 오르는 것은 애초부터 무리였다는 주장도 많다. 실제 지난해 따상에 성공한 SK바이오사이언스(4조 9725억 원)의 공모가 기준 시총은 5조 원을 밑돌았다.
증권가에서는 신규 지수 편입에 따른 패시브 자금 유입으로 LG에너지솔루션의 단기 강세 흐름은 인정하면서도 중장기 전망에 대해서는 보수적인 시각이 많다. 이재만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지수 신규 편입이 예상되는 만큼 2차전지 상장지수펀드(ETF) 관련 수급은 5000억 원, MSCI 관련 수급은 3700억 원, 코스피200 관련 수급은 1조 6000억 원으로 예상돼 강한 수급적 메리트가 반영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다만 지수 편입 이슈가 끝난 후 중장기 주가 흐름은 시장점유율 상승과 이익 증대 등 기업의 펀더멘털에 달렸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았다. 황규원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낙관적으로 보면 다음 달 14일 MSCI지수 편입 때 패시브 자금 유입이 일단락될 것으로 본다”며 “배터리 시장 점유율 상승 등 펀더멘털이 더 중요해질 텐데 LG에너지솔루션은 GM 리콜 사태의 여파로 올해 판매 실적 개선이 녹록지 않아 보인다”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