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7월 유럽우주국(EAS)의 인공위성 ‘센티넬-1’이 우크라이나와 인접한 러시아의 로스토프 지역을 지나던 중 전자전 공격으로 추정되는 전파 교란을 당했다. 센티널-1 위성에 탑재된 지상 관측용 레이더가 고출력의 고주파 전자파로 교란돼 로스토프 지역 일대를 찍은 레이더 영상을 알아보기 힘들게 된 것이다.
#중국은 최근 인도와의 분쟁 지역에 위성 재밍 시스템을 배치했다. 인도 등의 위성이 해당 지역을 정찰하지 못하도록 하려는 것으로 추정된다. 앞서 2006년에는 미국 및 유럽 위성이 잇따라 중국의 레이저 공격으로 추정되는 전자전 공격을 받아 지상 관측 장애를 겪기도 했다.
유엔 우주법 선언 및 우주조약은 우주를 군사적 목적이 아닌 평화적 목적으로 탐사·이용하도록 하는 취지의 규정을 담고 있다. 그러나 지구 외기권을 비롯한 우주공간은 사실상 강대국들 간 ‘스타워즈’의 장으로 변질되고 있다. 주요국들이 우주공간이나 우주물체를 활용해 자국의 정찰·정보 수집력을 높이고, 유사시 적성국을 공격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해 속속 실전 배치하고 있다. 특히 우리나라와 인접한 중국·러시아가 우주 기반 군사 위협 능력을 높이고, 근래에는 북한마저 위성 재밍 능력을 확충하고 있다. 이에 대응해 우리 군도 한국판 스타워즈 시대를 열고 있다. 2030년대까지 전천후 우주작전을 펼 수 있는 역량을 갖추기 위한 사업에 가속도를 낼 계획이다.
◇'우주 안보 주권' 첫걸음=지난해 12월 31일은 우주를 향한 대한민국 국방 역사에서 기념비적인 날이었다. 총 500여억 원의 예산을 투입해 LIG넥스원이 제작한 ‘전자광학위성감시체계(EOSS)’가 공군에 인도된 것이다. 공군이 2010년 소요를 제기해 공식 도입을 추진한 지 약 11년 만에 우주를 바라보는 독자적인 눈을 확보하게 됐다. 공군은 EOSS를 인도 받은 후 닷새 뒤에 전력화했다.
EOSS는 두 개의 눈을 갖고 있다. 한쪽 눈은 광학망원경이고, 다른 쪽 눈은 레이저 추적 시스템이다. 이를 통해 한반도 상공의 우주공간을 지나며 우리 안보를 위협하는 인공위성 등 적대적 우주물체를 찾아낸다. 우선 광학망원경으로 반경 2000㎞(서울 기준) 내에서 고도 700㎞ 이하의 상공을 지나는 우주물체를 탐지한다. 우주물체 중에서도 특히 저궤도 위성을 찾는 데 탁월한 성능을 발휘한다. 광학위성이 촬영한 화면에는 우주물체가 작은 점 크기 정도로 보인다. 따라서 해당 물체가 구체적으로 어떤 종류인지 식별하기 어렵다. 이를 보완한 것이 보다 정밀하게 우주물체를 보여주는 레이저추적시스템(정식명칭은 ‘적응광학시스템’)이다. 광학망원경이 찾아낸 우주물체를 향해 레이저를 쏘아 정확히 촬영하면 어떤 정류의 물체이며, 어떤 상태인지 등을 식별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EOSS 개발 이전에도 우주물체를 탐지할 수 있는 광학망원경들을 이미 확보한 상태였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예산으로 개발해 한국천문연구원이 국내외 5군데에 설치한 ‘아울넷(OWL-NET)’이다. 다만 아울넷은 운석·우주파편 등 자연재해 수준의 ‘우주 위험’을 주로 감시하는 데 쓰여서 적성국의 군사적 우주 활동인 ‘우주 위협’을 탐지하는 데는 한계가 있었다. 또한 레이저추적시스템을 갖추지 못해 정밀한 우주물체는 식별할 수 없었다. 이에 따라 공군이 독자적으로 EOSS를 구축하게 된 것이다.
◇24년간 준비한 우주작전 시대의 꿈=공군은 1998년 우주 전담 정책 부서를 설립한 이래 독자적 우주작전을 향한 꿈을 키워왔다. 우주작전 체계는 우주영역인식작전(우주감시)·우주정보지원작전·우주전력투사작전·우주통제작전(대우주작전)의 4가지 유형으로 분류된다. 이 중 우주영역인식작전은 이번 EOSS 구축을 통해 본격화됐다. 최성환 공군 우주센터장은 “우주영역인식작전은 모든 우주작전의 기초가 되는 중요한 개념”이라며 “이를 위해선 우주감시레이더·레이저추적시스템·광학감시의 3가지 체계가 통합 운용돼야 하는데 2030년경이면 통합 운용 능력을 완성할 수 있게 된다”고 전했다. 이어서 “EOSS 구축으로 레이저추적시스템과 광학감시체계는 마련된 상태며 우주감시레이더를 향후 조속히 도입하면 기상 상태 등에 영향을 받지 않고 전천후로 우주물체를 탐색해 그 운항 궤도 정보 등을 파악할 수 있게 된다”고 설명했다.
다만 현재의 레이저추적시스템이 감시할 수 있는 고도는 약 700㎞ 이하기 때문에 그보다 높은 중고도나 고고도의 적성 정찰, 군사위성 감시 등은 어렵다. 이에 따라 공군은 중·고고도 우주물체를 추적할 수 있는 ‘고출력 레이저위성 추적체계’ 및 ‘레이더 우주감시체계’의 조속한 획득을 위해 노력 중이다.
우주정보지원작전은 각종 위성 등 우주자산으로 얻은 정보를 지상작전·해양작전 등에 활용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이를 위해선 공군 등이 확보한 지상 및 우주 기반 감시 정보들을 육군·해군 등과도 공유하는 체계가 필요하다. 이미 공군은 지휘·통제·통신·컴퓨터·정보 자원을 전산 네트워크로 통합한 합동지휘통제체계(C4I) 비밀망을 통해 우주 감시 정보 등을 합동참모본부 및 지상작전사령부 등과 제한적으로 공유하고 있다. 공군은 2024년까지 해당 비밀망을 공군의 우주망과 완전 연동시켜 우주 감시 정보 등을 보다 광범위하고 체계적으로 공유할 방침이다. 공군은 여기에 더해 현재 진행 중인 ‘다출처영상융합체계’ 사업을 통해 우주에서 감시한 영상 정보 등 다양한 데이터를 통합 운용하고 인공지능(AI)을 통한 감시 데이터 분석 기능도 적용하기로 했다. 유사시 군 지휘자가 우주 및 지상 영역의 다양한 상황을 한자리에서 파악해 대응하게 되는 것이다.
◇우주 ‘감시’ 너머 ‘진출’ 노린다=우리 군은 중·장기적으로 우주 감시 수준을 넘어 우주 진출을 실현하겠다는 방침이다. 바로 우주전력투사와 우주통제작전의 구현이다. 최 센터장은 “공군은 1단계로 독자적 우주영역 인식 능력을 구비한 뒤 국제 협력을 넓히고, 2단계로는 제한적 대우주작전역량(우주전력투사)을 확보한 뒤 3단계에선 우주비행체 등을 갖추고, 전천후 대우주작전역량을 구현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최 센터장이 언급한 우주비행체는 아직 구체적인 윤곽이 드러나지 않았다. 다만 수시로 다양한 임무와 규모의 인력·장비·물자를 우주로 보내야 하는 우주전력투사의 목적으로 미뤄볼 때 지상에서 발사하는 기존 우주로켓 탑재 방식보다는 항공기에 우주비행체 등을 싣고 중고도나 고고도 이상으로 올라간 뒤 외기권으로 해당 우주비행체를 쏘아 올리는 공중발사 방식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지상발사 방식은 중국·일본 등 인접국과의 외교적 문제로 인해 우주로켓을 쏘아 올릴 수 있는 공역이 협소해 작전 운용상 제약이 있는 데다 발사에 들어가는 연료 비용과 지상 발사대 등의 운용 비용이 만만치 않아 수시로 발사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향후 과제는=정부와 군이 우주국방력 확충에 가속도를 내며 예산과 인력을 지원하고 있지만 아직 가야 할 길은 멀다. 군은 합동성에 기반을 둔 우주군사력 건설 방침을 천명하고 이르면 2026년까지 우주사령부를 출범시키겠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실질적인 인프라와 인력 등이 미비하고 각 군 간 정보와 역량 불균형이 심한 현실을 간과한 채 ‘합동성’만을 과도하게 강조하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을 사고 있다. 아울러 누가 어떻게 우주안보 인프라의 구축과 운용을 책임지고, 이를 통해 얻은 데이터와 우주 관련 자산을 어떻게 효율적으로 활용·공유할지에 대한 주체도 불분명한 상태다. 특히 각 군 간 ‘밥그릇(예산) 나눠 먹기’식으로 중복 사업이나 부실 사업이 진행될 경우 합동성이 도리어 저해될 수 있다. 그런 상황에서 우주사령부를 창설해봐야 인력도, 인프라도 미비한 껍데기 조직으로 전락할 수 있다고 군사 전문가들은 내다보고 있다.
따라서 우주영역인식작전과 같은 기초적인 우주국방 인프라가 갖춰지기까지는 그 분야를 가장 오래 준비해왔고, 미군과 실전 훈련을 쌓아온 주체를 중심으로 사업 추진의 주도권을 맡기는 방식이 적합해 보인다. 대신 운용 개념과 지침, 작전 교리 및 교범 등은 3군이 함께 연구해 실전 대비 역량을 키우고 어느 정도 인프라와 인력이 갖춰지는 2030년 전후로 우주사령부를 창설해 실질적인 작전 능력을 펼치는 것도 고려해볼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