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전 법무부 장관 배우자인 정경심(60) 전 동양대 교수의 자녀 입시 비리와 사모펀드 관련 혐의가 2년 5개월 만에 결국 유죄로 확정됐다. 정 전 교수의 재판에서 ‘동양대 PC’의 증거 능력이 인정되고 딸 조민씨의 이른바 ‘7대 스펙’도 허위로 판단된 만큼 조 전 장관 재판과 조씨의 입학 취소 여부에도 영향이 미칠 것으로 보인다.
대법원 2부(주심 천대엽 대법관)는 지난 27일 정 전 교수의 업무방해, 자본시장법·금융실명법 위반, 사기, 보조금관리법 위반, 증거인멸·증거은닉 교사 등 혐의를 유죄로 인정해 징역 4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재판부는 또 정 전 교수의 보석 신청을 기각했다. 이는 이른바 ‘조국 사태’로 검찰이 2019년 8월 강제 수사에 착수한 지 약 2년 5개월 만에 나온 대법원의 확정판결이다.
재판부는 동양대 강사휴게실 PC를 두고 “이 PC에 저장된 전자정보 중 조민의 의학전문대학원 부정 지원 관련 범행 증거로 사용된 부분은 임의제출에 따른 압수의 필요성과 관련성이 모두 인정된다”며 “압수수색 절차에 피압수자 측 참여권을 보장하지 않은 하자가 있다고 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해당 PC는 정 전 교수가 동양대 재직 당시 상당 기간 사용했던 것으로, 전체 입시비리 혐의 가운데 상징성이 있는 동양대 표창장 위조 등을 입증할 증거들이 발견됐다. 정 전 교수는 재판에서 줄곧 소유자인 자신이 동의하지 않았는데도 검찰이 동양대 강사휴게실 PC를 압수했으며 이는 위법하게 수집한 증거라고 주장해왔으나 1·2심 모두 인정되지 않았다.
이번 대법원의 판단은 정 전 교수의 사건 외에도 별도로 1심이 진행 중인 조 전 장관 부부의 자녀 입시비리 재판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동양대 PC는 해당 재판에서도 증거로 제출됐는데, 재판부는 대법원 전원합의체의 지난해 11월 판단을 근거로 증거신청을 기각한다고 밝혔다. 전원합의체 판단에 비춰볼 때 동양대 강사휴게실 PC도 소유자의 참여권을 보장하지 않은 채 압수됐으니 증거능력이 없다는 것이 담당 재판부인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1부의 판단이었다.
하지만 대법원은 정 전 교수 사건의 상고심에서 동양대 PC의 증거능력을 인정했다. 대법원은 “이 사건 PC는 동양대 관계자가 동양대에서 공용으로 사용하거나 기타 방법으로 처리할 것을 전제로 3년 가까이 보관한 것”이라며 전원합의체 판결을 적용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번 대법원의 판단에 따라 조 전 장관의 1심 재판에서도 동양대 PC의 증거능력이 인정될 가능성이 커졌다. 또는 검찰의 재판부 기피(변경) 신청에 따라 사건이 아예 다른 재판부로 넘어갈 수도 있다.
재판부는 입시 비리 논란의 핵심이었던 이른바 ‘7대 스펙’도 허위로 판단했다. 이에 따라 부산대에 이어 고려대에서도 조씨의 입학 취소를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조씨의 7대 스펙은 △서울대 공익인권법센터 인턴확인서 △동양대 총장 표창장 △동양대 어학원 교육원 보조연구원 활동 △부산 아쿠아팰리스호텔 인턴확인서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인턴확인서 △공주대 생명공학연구소 인턴확인서 △단국대 의과학연구소 인턴확인서 등이다.
조씨의 입학 취소 절차를 진행 중인 고려대는 대법원 선고 이후 원론적 입장을 내놨다. 고려대 관계자는 “입학취소처리심의위원회에서 규정과 절차에 따라 논의가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고려대 규정에 따르면 입학 사정을 위해 제출한 전형자료에 중대한 흠결이 발견된 경우 입학취소처리심의위에서 절차에 따라 처리한다.
조씨는 고려대 생명과학대학 환경생태공학부를 졸업한 뒤 부산대 의학전문대학원에 진학해 지난해 1월 의사 국가고시에 합격했다. 이후 서울 도봉구 한일병원에서 인턴으로 근무하고 있다. 부산대는 지난해 8월 ‘7대 스펙’을 모두 허위로 판단한 정 전 교수의 2심 판결 등을 검토한 뒤 조씨의 의학전문대학원 입학을 취소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