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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이여" 메타버스·배터리 한달새 20%↓…테마ETF '전멸'

76개 중 새해 수익낸 테마ETF 단1개

ETF계의 성장주… 금리 상승에 발목

작년 과도했던 기대감도 부진에 한몫

안티 캐시우드 ETF는 올들어 30%↑

"기술가시화 등 펀더멘털 따져야"

캐시 우드 아크 인베스트 대표. /사진=블룸버그캐시 우드 아크 인베스트 대표. /사진=블룸버그




코로나19 이후 쏟아진 테마 상장지수펀드(ETF)가 체면을 구기고 있다. 1만 원 안팎의 소액으로 전도유망한 성장 산업에 투자할 수 있다는 강점을 앞세워 수익률은 물론 자산 규모도 빠르게 불려왔지만, 새해 들어서는 맥을 추지 못하고 있다. 고강도 긴축 단행이 임박했다는 공포와 과도했던 초기 높았던 기대감이 성과 부진의 이유로 지목되며 테마 ETF에서도 펀더멘털에 초점을 맞출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76개 테마 ETF 중 75개가 손실권 ‘굴욕’


새해 수익률 하위 국내 테마 ETF 리스트. 지난해 말일 대비 이달 28일 종가 기준.새해 수익률 하위 국내 테마 ETF 리스트. 지난해 말일 대비 이달 28일 종가 기준.


3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국내 상장된 76개 주식형 테마 ETF 중 새해(지난해 말일~이달 28일 기준) 수익을 낸 종목은 ‘TIGER 글로벌자원생산기업(합성 H)(수익률 4.6%) 1개에 불과했다. 나머지 75개 종목은 전부 손실권이었으며 이들의 평균 하락률은 14.4%에 달했다.

지난해 10월 동시 상장돼 한 때 50% 수익률을 자랑하며 시장을 휩쓸었던 메타버스 ETF는 새해 20% 이상 폭락했다. 상장 이후 지난해 말까지 동학개미가 2770억 원을 순매수한 KODEX K-메타버스액티브는 이 기간 24.1% 급락했고 △TIGER Fn메타버스(-21.2%) △KBSTAR iSelect메타버스(-22.4%) 등도 조정폭이 컸다.



테마 ETF의 선두격인 2차전지 ETF도 부진했다. 비야디(BYD), 강봉리튬 등 중국 배터리 밸류체인에 투자하는 ‘TIGER 글로벌자율주행&전기차SOLACTIVE’의 하락률이 9.5%에 그쳐 그나마 가장 양호했고 △ TIGER KRX2차전지K-뉴딜(-12.0%) △KODEX 2차전지산업(-16.8%) △TIGER 2차전지테마(-18.8%) 모두 두 자릿수 조정을 입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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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크ETF 주가 반토막…美테마 ETF는 성장 정체


자료=메리츠증권자료=메리츠증권


테마 ETF의 고전은 한국 만의 현상은 아니다. 미국 대표 테마 ETF로 국내에서도 이름을 날린 아크인베스트먼트의 ‘ARK 이노베이션’(티커 ARKK)은 지난 28일 68.91달러에 마감해 지난해 2월 세운 고점(159.7달러) 대비 반토막 이상 빠졌고, 디지털 결제에 투자하는 아크사의 ARKF도 지난해 17.8% 밀려났다. 반면 ARK 이노베이션에 공매도해 일명 ‘안티 캐시우드 ETF’로 불리는 ‘터틀캐피털 쇼트 이노베이션’(티커 SARK) ETF는 새해 들어서만 32.9% 급등했다.

메리츠증권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 테마 ETF의 40%가 손실을 냈고, 대부분이 S&P500지수의 상승률(27%)를 밑돌았다. 이때문에 미국에서는 테마 ETF의 성장 정체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2020년 미국 테마 ETF의 순유입액은 400억 달러 이상이었지만, 지난해에는 290억 달러에 그쳤고 이마저도 1~2월에 유입된 것이 대부분이었다.

긴축공포·과한 기대감이 발목…펀더멘털 볼 시기 됐다


테마 ETF의 정신이 혼미한 것은 미국 연방준비위원회(Fed·연준)의 긴축 기조 전환과 관련이 깊다. 기본적으로 테마 ETF는 자동차·반도체·화학 등 전통적인 산업 구분 체계로 포착하지 못하는 신성장 사업에 투자한다. 당장 시장 규모는 왜소하지만 향후 5~10년간 ‘메가 트렌드’로 군림하면서 구조적인 성장을 이룩할 것이라고 믿고, 지금 이익이 아닌 먼 미래의 벌어들일 현금흐름이 주가를 지지하고 있는 ETF계의 성장주인 셈이다.

이런 성장주에게 가장 중요한 변수는 금리인데 연준이 물가를 잡기 위해 긴축 기조로의 전환 의사를 명확히 밝히면서 성장 산업의 주가 하방 압력이 높아졌다. 코로나19 이후 금리가 제로 수준에서 유지되면서 성장주들은 먼 미래의 막대한 실적을 낮은 할인율(=금리)로 가져와 높은 주가를 정당해왔지만, 최근 금리가 가파르게 뛰면서 성장주의 높은 밸류에이션이 정당성이 흔들리고 있는 것이다. 아울러 코로나19 이후 유사 테마 ETF가 한꺼번에 쏟아지면서 짧은 시기 기대감이 과도하게 형성된 점도 최근 성과 부진을 야기한 주된 이유다.

전문가들은 테마 ETF 투자에 있어서도 펀더멘털 개선에 초점을 맞춘 접근법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이정연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연초부터 연준의 양적 긴축과 유동성 축소 우려가 부각되면서 테마ETF 시장에서도 기대감보단 눈앞에 변화가 보이는 신산업에 주목해야 한다”며 “신기술 분야에서는 AI, 5G보다 기반기술을 바탕으로한 로봇(티커 BOTZ), IoT(SNSR), 리튬(LIT) ETF 등 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또한 지난해 고점 대비 절반 가까운 주가 레벨이 10개월 이상 지속되고 있지만 향후 미국·중국 등의 부양 정책 재료 유입이 기대되는 친환경 ETF에 눈길을 둘 만하다고 덧붙였다.


이승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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