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생산 부진 속 수요가 늘어나면서 농축수산물 수입 가격이 1년 만에 30% 이상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국제유가 상승으로 물가 상승 폭이 점차 확대되는 가운데 밥상물가마저 비상이 걸렸다.
31일 한국무역통계진흥원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농축수산물 수입가격지수는 109.9(2015=100)으로 전년 동월 대비 33.5% 상승했다. 지난해 10월과 11월에 각각 전년 동월 대비 25.6%, 27.1% 올랐는데 상승 폭이 더욱 확대된 것이다. 전월 대비로는 7.9% 올랐다. 농축수산물 수입물가가 오른 것은 공급 차질과 수요 확대에 운임 상승 등 영향을 받았다. 원·달러 환율 상승도 수입물가 오름세를 부추겼다.
부문별로 살펴보면 농산물 수입가격지수가 전년 동월 대비 36.7% 올랐다. 양파(58.1%), 마늘(39.5%), 제분용 밀(54.5%), 포도(28.3%), 바나나(8.5%), 탈각 아몬드(34.5%) 등 과일뿐 아니라 곡물·견과 등이 대부분 올랐다. 축산물 역시 38.9% 올랐는데 냉장 소고기(50.8%), 냉동 소고기(44.9%), 돼지고기(21.9%), 닭고기(32.8%) 등이 모두 상승했다. 수산물 수입가격지수는 9.6% 올랐다.
수입물가 상승은 생산자물가를 거쳐 소비자물가에 시차를 두고 영향을 주기 때문에 서민 체감경기에 악영향을 준다. 지난해 연간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5%로 2011년(4.0%) 이후 10년 만에 가장 높다. 특히 식료품 및 비주류 음료도 전년 대비 5.9% 오르면서 10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한국은행이 집계하는 수출입물가 통계에서도 이같은 현상이 관찰된다. 지난해 12월 수출물가지수는 125.27로 전년 동월 대비 26.1% 상승했다. 농산물(35.6%), 축산물(26.0%), 수산물(7.3%) 등이 대부분 올랐다.
특히 축산물은 코로나19 재난지원금 지급과 가정 내 소비 등으로 수요가 늘어난 반면 인력난이나 해상운임 상승 등으로 인한 재료비 상승으로 주요 생산국에서 공급 차질이 발생한 상태다. 한은에 따르면 이러한 수급불균형으로 축산물가격이 크게 상승하면서 직접적인 소비자물가 변동 요인으로 작용한 바 있다. 축산물 수입물가 상승이 대체재인 국산축산물 가격에도 상방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문제는 경기가 점차 회복하면서 수요 측 물가 상승 압력도 점차 커지고 있다는 것이다. 축산물 가격 상승이 재료비 인상을 통해 외식물가에 대한 추가적인 상방 압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특히 우리나라는 미국, 독일 등 주요국과 달리 외식물가 오름세가 큰 폭으로 확대되는 양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