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일 2조원대 K-9 자주포 이집트 수출이 성사됐다는 소식이 전해진 가운데 박수현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이 이를 문재인 대통령의 ‘빈손 귀국’ 전략 덕분이라고 평가했다.
박 수석은 2일 페이스북에 ‘브리핑에 없는 대통령 이야기’라는 제목의 연재 글을 올리고 “대통령은 기업의 손해보다 차라리 '빈손 귀국'이라는 비판을 택했다”며 “그 선택은 기업과 대한민국의 국익이 되어 당당하게 귀국하였다”고 밝혔다. 이어 “나는 대통령의 선택이 ‘빈손 귀국’이라는 비판도 감수하겠다는 ‘빈손 전략’이었다고 생각한다”며 “대통령의 결단에는 진심과 정성을 다했다는 자신감과 이집트가 그것을 알아 줄 것이라는 굳은 믿음이 바탕에 깔려 있다고 생각한다. 대통령 귀국 후에도 현지에 남아 실무 협의를 계속한 기업과 도착하자마자 바로 다음 날에 다시 사막으로 날아 간 방사청장 등 정부, ‘빈손 귀국’이라는 비판을 감수하면서도 끝까지 협상팀을 지켜 준 대통령께 감사드린다”고 덧붙였다.
박 수석은 지난달 아프리카·중동 순방 귀국 직전부터 일부 정치권과 일부 언론의 비판은 이미 시작됐다고 회고했다. 박 수석은 “대통령의 순방계획이 발표되자마자 ‘하필 이 시기에 중동을 가야 하는가’로 시작된 정치권의 비난 논평은 이집트 K9 자주포 계약이 이루어지지 않자 ‘빈손 귀국’ ‘외유 외교’ 등으로 옮아갔다”며 “심지어는 아랍에미리트(UAE) 왕세제 회담 변경에 대해 ‘외교 참사’라는 노골적 성과 폄훼도 꺼려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박 수석은 또 “정치권의 논평을 반영할 수밖에 없는 언론으로부터 K9 자주포 계약 무산 경위와 청와대의 입장을 묻는 질문이 빗발쳤다”며 “소통수석인 나는 원론적인 답변을 거듭할 수밖에 없었다. 언론으로서는 기사에 반영하기가 어려운 하나마나한 답변이었지만, 그렇다고 이집트와의 약속이 있는데 후속 협상의 상황을 이야기 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차라리 어떤 비난과 모욕도 견딜 수밖에는 없었다”며 “그래도 속으로는 ‘곧 계약이 될 텐데 그때는 뭐라고 할지 두고 보자’라는 묘한 감정이 들기도 했다”고 회상했다.
박 수석에 따르면 문 대통령은 3일간의 재택근무를 마친 업무에 복귀한 26일 “우리는 이집트 측에 진심을 다해 설명하였고 우리가 할 수 있는 최대한의 정성을 우리 협상안에 제시했으니 이집트측이 잘 이해했을 것이라고 본다”며 “이참에 꼭 강조하고 싶은 것은 이제는 이런 수출에 정부의 역할이 점점 더 커져가고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기업의 투자와 노력이 큰 것은 당연하고 크게 치하할 일”이라면서도 “다만 이제는 수출 상대국의 조건과 요구가 산업협력과 기술 이전, 금융지원까지 다양하고 까다로워지기 때문에 정부가 범부처 차원에서 기업을 뒷받침하지 않으면 안 된다. 거기에 수출과 직접 관련이 없는 부처들까지 망라되어 있기 때문에 대통령이 강력한 의지를 가지고 정부를 독려하지 않으면 어렵다. 정부가 이 점을 꼭 명심하기를 바란다. 이집트 측에서도 한국의 대통령이 우리 기업과 협의하고 설득해 제시한 최종의 윈윈 조건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 수석은 “대통령의 지시가 없었다면 아마 순방 중에 계약은 쉽게 이루어졌을 가능성이 있었을 것”이라며 “대통령의 순방 성과를 위해 기업은 훨씬 불리한 조건을 감수해야 했을 것이 뻔하다”고 진단했다.
방위사업청은 앞서 이날 한화디펜스가 현지 포병회관에서 이집트 국방부와 양국 주요 관계자가 참석한 가운데 K-9 자주포 수출계약에 최종 서명했다고 발표했다.
애초 이번 수출계약은 문 대통령의 이집트 공식 방문 기간이었던 지난달 19∼21일 타결될 것으로 관측됐다. 그러나 세부 조건을 두고 양측의 견해차가 좁혀지지 않자 문 대통령은 당시 강은호 방사청장에게 “이집트 방문 기간에 성과를 내려고 무리하게 협상에 임하지 말고 건전하게 협상에 임하라”고 지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