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업

공짜 설치에 뒷거래 잡음까지…전기차 충전 플랫폼 치킨게임

대단지 중심 업체간 출혈경쟁

입주자 대표에 선물 제공 논란

전기차 수요가 점차 증가하면서 전기차 충전기 시장을 둘러싼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다. 아파트 단지를 둘러싼 전기차 충전 업체들 간에는 출혈경쟁, 치킨게임 양상으로 번질 정도로 유치 경쟁이 한창이다. 이러한 가운데 입주자 대표의 무리한 요구를 비롯한 ‘갑질', ‘설치 리베이트’ 등 시장 혼탁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2일 업계에 따르면 아파트 대단지를 중심으로 전기차 충전 플랫폼 시장에서는 ‘공짜 경쟁’이 벌어지며 업체 간 치킨게임 양상으로 번지고 있다. 현재 정부는 전기차 충전기 설치보조금을 지급한다. 지난해에는 6000기 수준이었다. 선착순 접수이다 보니 단기간에 종료된다. 이에 보조금을 받지 못한 아파트 단지들은 자체 돈을 들여 설치를 해야 하는데 현실은 사실상 무료다. 전기차 충전 인프라 후발 사업자들이 자비를 들여 ‘무상설치’를 속속 시작하고 있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충전인프라 사업은 카카오나 쿠팡과 비슷한 전형적인 플랫폼 사업"이라며 "손해를 각오하면서 인프라를 경쟁사보다 더 많이 깔아놔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각 사업자들은 시장 선점을 위해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한국전기차인프라기술(KEVIT)은 10년 무상 유지보수를 지원한다고 최근 밝혔다. 충전시설 관리와 유지보수 비용도 지원한다. 플러그링크 역시 무료 설치에 이어 설치 후 10년내 발생하는 모든 관리 비용을 회사가 부담하기로 했다.

이들 전기차 충전 인프라 기업들이 자주 충돌하는 곳은 대단지 아파트다. 특히 경기도권 신축 아파트 단지 경쟁이 치열하다. 서울과 비교했을 때 전기차 출퇴근 수요가 많고 경기도권이 서울보다 대단지가 많기 때문이다. 전기차 충전기 설치 업체 선정을 둘러싼 시장 혼탁 현상도 벌어지고 있다. 아직 전기차 보급률이 1%도 되지 않지만 전기차 대중화 시대 준비하기 위해서는 출혈경쟁을 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결국 어떤 업체를 선정하느냐는 입주자 대표에 달려있기 때문에 리베이트 잡음도 일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전기차 관련 사업이지만 가장 많이 망을 까는 것이 중요하다보니 기술보다 영업력이 우선"이라며 "입주민 대표에게 잘보이기 위해 영업사원들이 간단한 선물 정도는 하는 편"이라고 설명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전기차 보급률이 1%도 안되기 때문에 시장 선점을 위해 출혈 경쟁을 할 수밖에 없다"며 "앞으로 전기차가 대중화 되면 충전 인프라 플랫폼을 통해 자동차 정비, 부품 교체 등 시장 확대가 예상돼 현재는 설치를 결정하는 입주민 대표가 '갑'이 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전기차 충전기 유치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면서 최근 아파트 입주민 간 갈등도 벌어지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실제로 서울 소재 2000세대 규모의 한 아파트 단지에서는 최근 전기차 충전기 때문에 입주민들 간 다툼이 벌어졌다. 새롭게 전기차 충전기를 들여오는 안건에 한 동대표가 A사의 충전기를 적극 추천하면서다. 이를 두고 다른 입주민은 B사와 C사에 직접 전화에 제출한 제안서 내용을 확인했는데 동대표가 공개한 제안서와 내용이 전혀 달랐던 것이다. 입찰에서 떨어진 B사 관계자는 "연락이 온 입주민에게 들어보니 우리회사는 충전기를 설치할 의지도 없다고 표현돼 있었고 제안서도 최초 내용과 달리 일부 부정적으로 편집돼 있었다"며 “결국 입주민 회의에서 회사들에게 다시 제안서를 받기로 했다”고 말했다.


박호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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