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통일·외교·안보

추가도발 무게…北, 결국 '레드라인' 넘나

◆'괌 사정권' 화성-12형 전력화

조선신보 "합법적 국방력 강화"

사실상 미사일 개발·발사 시사

연내 SLBM·ICBM 도발 가능성

日은 '美 IRBM' 배치할 가능성







북한이 최근 괌 미군 기지 등을 타격할 수 있는 중거리탄도미사일(IRBM) ‘화성-12형’을 약 4년 만에 쏘아 올린 것과 관련해 합법적 국방력 강화라고 밝혀 사실상 미사일 개발 및 시험 발사를 중단할 뜻이 없음을 분명히 했다. 북한은 연내에 미국 본토를 직접 겨눌 수 있는 미사일 전력 고도화에 전력투구할 것으로 전망돼 한미 동맹이 시험대에 오르게 됐다.

북한의 입장을 대변하는 조선신보는 지난달 30일 화성-12형 발사와 관련해 “어느 나라든 조선(북한)에서 진행되는 미사일 시험 발사나 검수사격을 걸고들지(시비 걸지)만 않는다면, 조선의 주권 행사를 건드리지 않는다면 조선 반도 긴장이 유발되는 일은 없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서 “국방력 강화는 원래 주권국가의 합법적 권리”라며 “국방력 강화 사업은 한시도 놓치지 말아야 할 필수적이고 사활적인 중대 국사”라고 밝혔다.

북한은 지난달 30일 화성-12형을 단 한 발만 발사하고도 한미일을 모두 위협할 수 있음을 과시했다. 우선 해당 미사일을 정상적인 각도보다 높게 잡아 쏘는 ‘고각 발사’ 방식을 선택했다. 원래 화성-12형는 최대 사거리를 낼 수 있는 정상 각도로 발사(일명 ‘최소 에너지 발사 방식’)할 경우 4500~5000㎞까지 날아갈 수 있어 미국령 괌 등을 위협하게 된다. 하지만 지난달 30일에는 정상 각도보다 높은 각도로 발사하는 이른바 ‘고각 발사’ 방식을 선택했다. 그 결과 최대 사거리보다 짧은 약 800㎞를 날아가 일본의 배타적경제수역(EEZ)에 근접한 해상에 탄착시킨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화성-12형이 중거리 미사일임에도 불구하고 발사 각도를 고각으로 조정하면 유사시 주한 미군 기지나 주일 미군 기지도 노릴 수 있음을 시사한다.



우리 정부와 군은 북한이 화성-12형의 전력화를 공식화한 데 이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개발이나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전력화에 가속도를 붙일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한 당국자는 “(북한이) 이르면 상반기 중 SLBM을 다시 시험 발사할 가능성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며 “만약 SLBM을 조만간 쏜다면 신형 탄종이라기보다는 기존에 개발한 탄종의 성능 안정성 등을 검증해 전력화했음을 선전하려는 차원이 될 것으로 본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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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국방정보국 출신인 브루스 벡톨 앤젤로주립대 교수는 2일 미국의소리(VOA) 방송에 출연해 “화성-12형이 매우 중요한 이유는 바로 화성-14·15형과 같은 ICBM의 첫 단계에 해당한다는 점”이라고 북한의 ICBM 개발 능력을 우려했다. 카네기국제평화재단의 제임스 액턴 핵정책프로그램국장도 VOA에 출연해 “북한과 같은 나라라도 미사일 공격을 해오면 공중 요격 방식으로는 미국 본토를 보호할 수 없다”며 “미국은 북한이 핵무기가 실린 ICBM으로 공격할 경우 막대한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고 위협하는 식의 ‘억지’에 의존해야 한다”고 우려했다.

군사 전문가들은 북한의 SLBM 및 IRBM·ICBM 개발 목표는 궁극적으로 미국의 확장 억제 공약(핵우산 제공, 미군 증원 등) 의지 와해를 겨냥하고 있다고 분석한다. 합참 출신의 한 예비역 장성은 “북한은 미군의 증원과 핵 보복만 차단할 수 있다면 단기간에 남침해 수도권 일부를 점거할 수 있다고 보고 관련 작전과 교리를 연구해왔다”며 “ICBM·SLBM 개발은 이 같은 북한의 군사전략을 완성하기 위한 종착점이며 따라서 이 같은 병기의 개발은 용납할 수 없는 ‘레드라인’이라는 단호한 대북 메시지를 한미가 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런 가운데 미국은 외교적 해법을 고민 중이지만 북한은 양보의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북한 외무성은 이날 홈페이지에 올린 글을 통해 “미국은 그 무슨 ‘외교적 해결’과 ‘대화’에 대해 떠들기 전에 우리에 대한 군사적 위협을 그만두고 대조선(대북) 적대시 정책부터 철회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일본이 미국의 중거리 미사일을 자국에 배치할 가능성의 문을 닫지 않고 있다고 정치 전문 매체 폴리티코가 지난달 31일(현지 시간) 보도했다. 도미타 고지 미국 주재 일본 대사는 폴리티코와의 인터뷰에서 일본 지도자들이 일본 영토에 중국과 북한을 타격할 수 있는 지상 기반 탄도미사일이나 순항미사일을 배치하는 방안을 저울질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도미타 대사는 일본이 아직 이 방안에 개방적인 것도, 저항하는 것도 아니라면서 일본이 진행 중인 국가안전보장전략의 검토 결과에 달려 있다는 식으로 언급했다. 그는 또 “우리는 진전을 이루며 미국 친구들과 관여하기를 고대한다”며 “우리는 안보 환경이 점점 힘들어지는 것을 보고 있다. 안보 환경이 매우 심각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일본은 현재 원거리 정밀 타격 수단 보유를 의미하는 ‘적 기지 공격 능력 보유’ 등 안보 전략에 대한 논의를 진행하고 있는데, 미국의 중거리 미사일 배치는 중국과 북한의 위협을 억제할 수단이 될 수 있다.


민병권 기자·강동효 기자·워싱턴=윤홍우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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