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성년자인 A씨는 ‘갭투기’ 방식으로 저가 아파트 12채를 매수했다. 경제적 능력이 없었던 A씨는 저가 아파트를 대거 사들이기 위해 ‘아빠 찬스’를 활용했다. 승계받은 임대보증금 이외에 필요한 자기자금은 부친이 매도인에게 송금하는 방식이다. 이는 편법증여로 의심할 만한 사안으로, 세무당국의 조사가 이뤄진다.
국토교통부는 법인·외지인이 공시가격 1억원 이하의 아파트(저가 아파트)를 집중 매수한 사례를 대상으로 지난 11월부터 실거래 기획조사를 진행한 결과, 위법의심 거래 570건을 적발했다고 3일 밝혔다. 이번 조사는 지난 2020년 7월부터 지난해 9월까지 저가 아파트를 매수한 법인·외지인의 거래 중 자금조달계획, 매도·매수인, 거래가격 등을 종합 검토해 선별된 이상거래 1808건을 대상으로 했다.
위법의심 유형별로 보면 △계약일 거짓 신고·소명자료 미제출 등 322건 △가족 간 편법증여·법인대표 자금 차입 등 258건 △법인 명의신탁·무등록 중개 등 45건 △대출용도 외 유용 2건 등이다. 1건의 거래가 다수 법률에 위반된다고 판단된 경우도 포함됐다.
적발된 위법의심 거래 중에선 배우자와 형 등 가족이 소유한 저가 아파트 32채를 대금 수수도 없이 본인이 대표인 법인에게 일괄 매도한 사례도 있었다. 법인이 납부해야 할 취득세는 본인이 부담했고, 해당 법인은 해당 아파트 전부를 단기간에 전부 매도했다. 이는 다주택자에 대한 양도세 중과를 법인 명의로 회피하려는 목적으로 추정된다.
지난 2020년 7월 이후 법인·외지인의 저가 아파트 거래 비중은 지속적으로 증가한 것으로 조사됐다. 2020년 7월 29.6%, 2020년 12월 36.8%, 2021년 8월 51.4% 등이다. 법인·외지인의 평균 매수 가격은 1억 233만 원이다. 이들의 저가아파트 매수자금 중 자기자금의 비율은 29.8%, 임대보증금 승계금액의 비율은 59.9%다. 통상적인 아파트 거래보다 자기자금은 절반 수준에 불과했고, 임대보증금은 2배 이상 높았다.
법인·외지인이 15개월 내 단기 매수·매도한 경우는 6407건이며 평균 매매차익은 1745만 원이다. 이는 전체 저가아파트 거래의 평균차익 1446만 원보다 20.7% 높은 수준이다. 단기 매수?매도한 법인·외지인의 평균 보유 기간은 약 4개월(129일)이고, 매도 상대방은 현지인(40.7%)이 가장 많았다.
국토부 관계자는 “일부 법인·외지인이 저가 아파트를 갭투기로 매집해 거래가격을 높이고, 단기간에 실수요자에게 매도해 높은 시세차익을 얻은 것으로 추정된다”며 “거래가액 중 임대보증금 비율이 높아 향후 집값 하락 시 ‘깡통전세’의 우려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국토부는 적발된 위법의심 거래에 대해 경찰청과 국세청, 관할지자체, 금융위원회 등 관계기관에 통보할 예정이다. 각 기관은 앞으로 범죄 수사, 탈세·대출 분석, 과태료 처분 등 후속조치를 진행한다.
국토부는 앞으로 법인의 다주택 매수, 갭투기, 미성년자 매수 및 가족 간 직거래 등에 대한 후속 기획조사도 추진할 계획이다. 또 거래가격이 급등하고 법인·외지인·미성년자의 매수가 많은 특이 동향 지역에 대해선 모니터링 시스템을 구축해 투기의심 거래를 심층 조사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