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003490)과 아시아나항공(020560)의 합병으로 ‘메가 캐리어’ 등장이 가시화하자 저비용항공사(LCC)들이 각자도생에 나서고 있다. 제주항공(089590)은 단거리 노선에 집중할 계획이고 티웨이항공(091810)은 미주·유럽 노선 운항을 대비한 대형 항공기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2일 업계에 따르면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통합 항공사 등장이 가시화하며 LCC들이 바뀐 시장 환경에 따른 신규 사업 기회 포착에 속도를 내고 있다. 공정위가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결합 조건으로 일부 슬롯(시간당 가능한 비행기 이착륙 횟수) 반납, 운수권 재배분 등을 내세웠기 때문이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오는 9일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기업결합에 대한 전원회의를 개최한다.
통합 항공사와 경쟁할 대표 업체는 제주항공과 티웨이항공이다. 제주항공은 기존 비즈니스 모델 강화에 주력한다. 중·단거리 노선 운항과 기종 단일화 전략을 밀어붙이는 것이다. 제주항공은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반납하게 될 단거리 노선 운수권과 슬롯을 노리는 것으로 전해졌다. 제주항공은 단거리 노선 중 알짜로 분류되는 김포공항 출발 국제선 운수권과 슬롯 확보에 주력할 것으로 전망된다. 김포공항은 인천국제공항과 비교해 서울과 가까워 일본과 중국으로 가는 수요가 많다. 지금은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주요 일본·중국 노선을 독점하고 있다. 지난 2019년 기준 김포~도쿄(하네다) 노선은 국내 항공사 중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만 각각 주 21회의 운수권을 가지고 있다. 김포~베이징과 김포~상하이도 각각 주 7회를 보유하고 있다. 김이배 제주항공 대표는 지난해 말 열린 창립 기념식에서 “B737 맥스 기종을 도입해 더 높은 수준의 경쟁력을 갖춰 중·단거리에서 우위를 점하겠다”며 단거리 운항에 주력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티웨이항공 전략은 반대다. 장거리 노선 신규 취항을 노린다. 티웨이항공은 미주·유럽 노선 취항을 검토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티웨이항공은 올해 중·대형기 A330-300을 3대 도입한 뒤 영국 런던, 프랑스 파리, 미국 로스앤젤레스와 뉴욕 등을 운항할 수 있는 중대형기를 추가 도입할 방침이다.
신생 LCC 에어프레미아도 장거리 노선 운항을 계획하고 있다. 대형항공사(FSC)와 LCC의 장점을 합친 하이브리드 항공사를 표방하고 있는 에어프레미아는 1호기로 보잉 787-9를 도입해 장거리 운항이 가능하다. 787-9는 항속거리가 1만 5000㎞ 이상이어서 영국·프랑스, 미국 로스앤젤레스(LA)·뉴욕 등을 운항할 수 있다.
LCC의 장거리 노선 진출에 일각에서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단거리·단일 기종으로 효율 극대화를 통해 수익을 창출하는 LCC에 장거리 운항 노선이 애물단지가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대형기종 도입 등으로 유동성 위기에 직면할 수도 있다는 우려가 대표적이다. 하지만 LCC들은 합병까지 약 2년의 시간이 남아 있어 시간적 여유가 있다는 입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