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광발전과 풍력발전으로 생기는 개발이익을 지역사회와 공유하는 이른바 ‘그린에너지 기본소득’이 지방자치단체의 새로운 수익모델로 부상하고 있다. 일부 지자체는 인구유입 효과까지 거두고 있어 인구소멸 위기에 처한 지자체의 참여가 더욱 확대될 전망이다.
3일 각 지자체에 따르면 전남 신안군은 전국 최초로 제정된 ‘신재생에너지 개발이익 공유 등에 관한 조례’에 따라 태양광발전소 주변 주민들이 연금 형식으로 배당금을 받고 있다. 이 배당금을 받기 위해서는 신안군으로 전입하고 2년이 지난 뒤 조합비 1만 원을 내고 협동조합에 가입하면 된다.
지난해 기준 안좌도와 자라도, 지도 3개 섬에서 6519명의 주민이 총 15억 원의 배당금을 받았다. 배당금은 매분기마다 11만 원에서 25만 원까지 지급됐고 지도의 한 가구는 8명이 혜택을 받아 208만 원을 수령했다.
배당금 지급과 맞물려 신안군에 전입하는 인구도 꾸준히 늘고 있다. 지난해 1월 2973명이던 안좌도와 자라도의 인구 수는 1년 만에 3037명을 기록하며 64명이 증가했다. 이 중 만 40세 이하 청년이 21명으로 인구소멸 고위험군에 포함된 신안군의 인구 증가를 이끌었다.
신안군은 만 40세 이하 청년의 경우 전입 즉시 태양광연금을 지급받을 수 있도록 조례를 개정할 방침이다. 박우량 신안군수는 “신안의 무한한 자원인 바람과 햇빛을 이용한 신재생에너지 개발 이익 공유와 귀어·귀촌 지원으로 누구나 살고 싶어 하는 신안이 될 수 있도록 군민들과 함께 지속적으로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신안군이 가시적인 성과를 거두자 전국 지자체의 벤치마킹도 잇따르고 있다. 충남 공주시는 정안면 어물리마을에 주민수익형 태양광발전소를 설치했다. 마을회관이나 농작물창고, 주차장 등에 태양광발전 시설을 설치한 뒤 이곳에서 나온 전력 판매수익금을 마을을 위해 사용하는 사업이다.
어물리마을발전소는 마을회관과 마을 공동창고에 30kW 규모의 태양광발전 시설을 설치했는데 70가구에서 총 132명의 주민이 참여했다. 4인 가족 130가구가 1개월 동안 사용할 수 있는 매년 3만 9420kWh의 전력을 생산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충남도는 올해 주민수익형 마을발전소 설치 지원 대상에 9개 마을을 선정해 총 5억 4000만 원의 사업비를 투입할 계획이다.
울산은 해상풍력발전에서 나온 수익을 시민들과 공유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 중이다. 송철호 울산시장이 지난달 청와대에서 열린 제1회 중앙지방협력회의에서 부유식 해상풍력발전 사업으로 발생하는 이익의 일정액을 배분하는 주민이익공유제 모델의 제도화를 건의하면서다. 건의가 반영되면 사회 인프라 구축 자금 확보와 함께 사업 추진으로 피해를 입은 어민은 물론 시민들에게도 에너지 기본소득 개념으로 수익이 돌아갈 전망이다.
울산 앞바다에 추진 중인 해상풍력발전 규모는 기존 6GW에 추가로 3GW를 더한 총 9GW로 세계 최대 규모다. 현재 2.4GW는 이미 발전사업 허가를 취득했고 6.6GW는 허가 절차를 밟고 있다. 9GW의 전력 생산량은 총 36TWh에 달해 울산의 모든 공장과 가정, 상업시설에 전력을 공급하고도 남는다.
부산은 일선 학교에서 운영 중인 태양광발전을 활용해 탄소배출권 판매에 나설 예정이다. 부산시교육청과 함께 추진 중인 클린에너지학교 온실가스 감축 사업이 최근 산업통상자원부의 승인을 받으며 본궤도에 올랐다. 60개 학교에서 발생하는 탄소배출권을 통해 향후 10년 동안 4~7억 원의 수익이 발생할 전망이다.
부산시는 이에 더해 올 연말까지 학교 옥상·주차장 등 유휴부지 100개소에 각 50kW급 태양광발전 설비를 설치해 총 5MW 규모로 운영할 계획이다. 부산시 관계자는 “전국 지자체 최초로 온실가스 감축 사업으로 산업통상자원부의 인증을 받은 것은 재생에너지 보급, 온실가스 배출권 판매, 재생에너지 재투자로 이어져 지속가능한 그린에너지 선순환의 모범사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