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스포츠 라이프

15분만에 검사결과 나왔지만…병원은 "일반환자와 분리 벅차"

[오미크론 의료체계 개편 첫날]

◆동네 병·의원서 직접 코로나 검사해보니

백신접종자·검사자 등 같은 공간서 대기…동선 관리 미흡

인력 부족에 의료진은 방호복·장갑 입고 벗으며 진료·안내

수가 시스템도 업데이트 안돼…검사비 5000원 넘을수도

동네 병·의원에서도 코로나19 검사를 받고 재택치료 관리를 받을 수 있게 된 3일 서울 강남구 역삼동 하나이비인후과병원 호흡기 전담 클리닉에서 의료진이 환자와 칸막이를 사이에 두고 진료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동네 병·의원에서도 코로나19 검사를 받고 재택치료 관리를 받을 수 있게 된 3일 서울 강남구 역삼동 하나이비인후과병원 호흡기 전담 클리닉에서 의료진이 환자와 칸막이를 사이에 두고 진료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병원 입장에서 코로나19 검사는 사실상 적자를 보는 일이고 몸도 힘들지만 정부 정책에 동참하려고 합니다.”

서울 종로구에서 이비인후과를 운영하는 A 원장은 코로나19 검사를 마친 후 페이스실드와 장갑을 벗으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코로나19 검사를 위해 검사실 앞에 차폐막을 내리고 내부에는 음압기를 설치했다”며 “일반 환자와 동선 분리는 쉽지 않지만 환기가 잘 되는 곳에 검사 대기자를 대기하도록 한다”고 설명했다.



동네 병·의원에서도 코로나19 검사·치료를 시작한 3일 오전 10시. 예약 시간에 맞춰 도착한 병원 밖에는 긴 줄이 늘어서 있었다. 5일간의 긴 연휴를 보낸 탓에 일반 환자가 몰린데다 코로나19 백신을 접종하려는 사람들이 코로나19 검사를 받기 위해 대기하는 사람들과 섞여 있었다.

관련기사



잠시 후 방호복을 입은 간호사들이 나와 검사 대기자들을 병원 안으로 안내했다. 체온을 확인하고 증상이 있는지 살폈다. 대기 장소에는 서큘레이터를 설치해 환기를 하고 있었다. 의사는 일반 진료실과는 분리된 검사실에서 대기자들을 맞아 한쪽 코에 면봉을 7~8번씩 찔러 넣었다. 검사는 간단하게 끝났고 검사 결과는 15분 만에 나왔다. 통상 검사 후 결과 도출까지 4~6시간이 소요되는 유전자증폭(PCR) 검사보다 훨씬 빨랐다.

기자의 코로나19 검사 결과는 한 줄로 음성이었다. 만약 양성이 나올 경우 선별진료소나 보건소로 가서 PCR 검사를 받아야 한다고 했다. 진료비는 9900원이 청구됐다. 당초 정부에서 안내한 5000원과는 차이가 있었다. 진료비의 30%이니 병·의원에 따라 5000원은 넘을 수도 있는 셈이다. 병원 측은 “아직 시스템에서 수가 반영에 대한 업데이트가 되지 않은 것 같다”면서 4900원의 차액을 돌려줬다.

코로나19 검사가 일부 마무리되자 의사와 간호사는 다시 방호복과 장갑을 벗고 코로나19 백신 접종자들을 안내했다. A 원장은 “일반 호흡기 환자부터 백신 접종자 코로나19 검사자를 모두 보고 있어 벅차다”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이날 오후 2시부터 코로나19 검사를 시작한 양천구의 이비인후과도 비슷한 모습이었다. 의료진은 모두 페이스실드를 착용했다. 하지만 협소한 동네 의원 특성상 일반 환자와 코로나19 백신 접종자들이 같은 곳에서 진료를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 설 연휴 직후여서 환자가 몰리는 탓에 검사까지는 30분~1시간이 걸릴 수 있다고 했다. 40대 여성 B 씨는 병원 밖에서 검사 순서를 기다렸다. B 씨는 “감염되면 자녀들에게도 전염시킬까봐 검사를 하러 왔는데 사람들이 너무 많아 불안해서 밖에서 기다리고 있다”며 “선별진료소에 가면 1~2시간은 기다려야 하고 검사만 받을 뿐 진료는 이뤄지지 않아 아예 의원으로 왔다”고 말했다. 이 병원에서는 신속항원검사에서 양성이 나올 경우 PCR 검사도 받을 수 있고 PCR 검사에서도 양성이 나오면 화이자의 먹는 치료제 ‘팍스로비드’를 처방 받을 수도 있다. 하지만 이 병원 역시 대기하고 있는 환자 15여 명을 모두 한 명의 의사가 감당했고 2명의 간호사가 보조해 정신없이 바쁜 모습이었다.

코로나19 초기부터 호흡기 전담 클리닉으로 운영됐던 곳들은 코로나19 검사자의 동선 분리나 인프라 준비가 상대적으로 나은 편이었다. 서울 강남구 역삼동의 하나이비인후과를 방문하는 검사자들은 따로 마련된 출입구로 들어와 플라스틱 가림막을 사이에 두고 의료진과 스피커로 상담을 진행했다. 코에서 검체를 채취한 후에는 환자가 퇴장하고, 담당 직원이 소독제와 물티슈로 소독을 한 후 다음 환자가 입장했다. 이날 오전에만 해당 의료기관에서 실시한 신속항원검사 건수가 96건, PCR 건수가 68건이었다. 이 중 19건이 양성으로 나왔다. 이상덕 하나이비인후과 원장은 “하루에 가장 많이 검사를 했을 때는 350건도 한 적이 있다”면서 “250~300건 정도는 무리 없이 환자 대기 1시간 이내로 소화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 원장은 “초창기에는 일반 환자와 섞이는 데 대한 우려가 있었지만 이제는 대기실에서부터 섞이지 않게 해놓으니 환자들도 마음 편하게 진료를 보고 있다”며 “호흡기 전담 클리닉에 온 사람들은 건물 내부에 진입을 못하고 설문을 다 한 후에 들어온다”고 덧붙였다.


왕해나 기자·김성태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