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연휴 이후 첫 거래일인 3일 한국 증시가 반등에 성공했다. 코스피는 2700선을 회복했고 코스닥도 900선 돌파를 눈앞에 두게 됐다. 미국 증시가 긴축 공포 완화와 빅테크(미국 대형 기술주) 호실적에 힘입어 회복하면서 국내 증시의 ‘키 맞추기’ 전개가 시작된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국내 증시가 급락세를 벗어나 한숨 돌리면서 투자자들 역시 반등 증시에 대응하는 전략을 재정비하는 모양새다. 전문가들은 아직 변동성 국면을 벗어나지 못한 점을 고려해 수익성과 안정성을 확보할 수 있는 ‘퀄리티’주를 주목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이날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44.48포인트(1.67%) 오른 2707.82에 장을 마쳤다. 이날 코스피는 43.00포인트(1.61%) 오른 2706.34로 거래를 시작해 장중 2735선까지 올랐다. 긴축 악재를 덜어내며 그간의 낙폭을 만회하는 모습이었다. 하지만 미국 나스닥 선물지수가 하락하면서 장 후반에 밀리기 시작했고 막판 기관의 매도 물량까지 더해져 상승 폭을 일부 반납하면서 2700선을 탈환하는 데 만족해야 했다. 수급 주체별로는 외국인과 기관이 각각 851억 원, 500억 원을 사들이며 지수를 끌어올렸다. 개인은 1348억 원을 순매도했다.
코스닥은 2% 이상 상승해 900선을 목전에 뒀다.전 거래일 대비 18.73포인트(2.15%) 오른 891.6에 장을 마감했다.
시가총액 상위주들 대부분이 상승한 가운데 2위 LG에너지솔루션(373220)은 그간의 부진을 털어내고 6% 상승 마감했다. SK하이닉스(000660)(2.9%), NAVER(035420)(3.39%), 삼성바이오로직스(4.47%), LG화학(051910)(5.95%) 등 대형주도 다수가 강세를 보였다. 코스피 시총 상위 10개 종목 중 보합을 기록한 삼성전자·삼성SDI를 제외한 나머지 종목이 모두 상승하며 상승세를 주도했다. 서정훈 삼성증권 연구원은 “글로벌 증시가 연휴 기간에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발 악재를 덜어내며 그간의 낙폭을 만회한 것이 일조했다”며 “최근 약세가 두드려졌던 기술주가 상대적으로 선방했고 긴축 우려가 정점을 통과한 만큼 국내 증시도 점진적 반등을 모색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국내 증시의 투자 심리가 개선된 데는 설 연휴 기간에 연준 인사들이 ‘시장 달래기’ 발언을 잇따라 내놓았던 것이 일조했다는 분석이다. 대표적인 매파 인사로 꼽히는 제임스 불러드 세인트루이스연은 총재는 “50bp의 금리 인상이 지금으로서는 도움이 될 것으로 보지 않는다”며 시장 일각에서 제기되는 ‘0.5%포인트 금리 인상’ 주장에 선을 그으며 조기 긴축 우려가 없다는 긍정적 신호를 보내기도 했다.
주요 기업의 시장 예상치를 넘는 실적이 주가 반등으로 이어졌다. 알파벳과 애플 등의 기업 실적이 연준의 긴축 가속화와 글로벌 금리 인상 기조로 변동성이 커진 장세에서 시장 불안감을 덜어내는 투자 가늠자가 돼줬다는 평가도 나오는 이유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연준 위원들의 발언으로 통화정책 부담이 덜어지면서 투자 심리가 한층 개선됐다”면서 “AMD와 알파벳 실적 호조에 힘입어 기술주가 반등한 것이 국내 증시에도 긍정적으로 작용했다”고 했다.
다만 향후 전망에 대해 ‘신중론’도 여전하다. 그간 과도한 하락세에 따른 ‘기술적 반등’일 뿐이라는 시각이다. 추세적인 상승세로 돌아섰다고 판단하기는 이르다는 얘기다. 증권사들은 이달 코스피가 2800선에서 최대 3000선까지 오를 것으로 전망하면서도 미국 통화정책 등을 둘러싼 변동성이 확대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 연구원은 “이달에는 코로나19 확진자 수 폭증으로 인한 경제지표 부진이 불가피하고 통화정책 부담이 여전해 경기 불안이 가중될 것”이라며 “증시는 2차 하락을 전개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이 같은 반등 국면에서 전문가들은 이익 실현이 높은 종목에 눈을 돌려야 한다고 권고하고 나섰다. 변동성 장세를 고려해 최근 급락했던 종목보다는 수익성에 초점을 둔 퀄리티주에 투자하는 것이 가장 안전한 전략이라는 조언이다.
퀄리티 종목은 연간 이익이 증가하고 적자가 없었으며 이익 변동성이 크지 않은 종목으로, 변동장에 가장 대표적인 추천주로 꼽힌다. 통상 가치주와 성장주의 성격 중간에 위치하는데 가치주처럼 꾸준한 실적을 내면서 성장주와 같이 미래 변화를 주도하는 종목이 이에 해당한다. 김대준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국내에서는 반도체·하드웨어·금융·통신 관련주가 퀄리티주에 해당한다”며 “이번 급락 과정에서 퀄리티 종목군이 상당한 방어력을 지니고 반등 국면에서도 강한 상승 탄력을 보였다”고 했다. 허재환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앞으로 자본 조달 비용이나 금융 여건은 악화될 것”이라면서 “반도체나 화학 업체들처럼 자기자본이익률(ROE)을 비롯한 수익성이 높은 기업들이 생존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